brunch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모든 것이 변해도 본질(本質)은 남는다.

by 성민기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디어는 쇼츠로, 채널은 SNS로, 기술은 AI로 진화하고 있다. 터치 한 번으로 15초 안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다.


그런데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그리고 마케팅은 결국 그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사람이 모이면 시장(Market)이 된다

과거의 5일장 같은 전통시장부터 마트, 백화점, 스마트폰 속 쇼핑 앱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켓이다.
이제는 친구의 인스타그램 피드마저 하나의 마켓이다.

10만 팔로워는 10만 시장,
100만 팔로워는 100만 시장이 된다.


Market’이라는 말은 본래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뜻했다. 이제 그 의미는 훨씬 더 넓어졌다.

욕구가 있는 사람과 그 욕구를 해결해 줄 무언가가 만나는 모든 곳이 오늘날의 마켓이다.
그리고 그곳엔 반드시 사람의 감정이 교차한다.


변하는 것들
미디어 : TV → 모바일, OTT, 유튜브 → 쇼츠
유통 채널 : 시장, 마트, 백화점 → 온라인, 라이브커머스, 브랜드 샵 → 개인 SNS
소비자 행동 : 이성적 탐색 → 감정 기반 반응
주문 방식 : 상담원 통화 → 앱 터치 → AI 음성

기술은 정교해졌고 콘텐츠는 짧아졌으며 고객은 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것들
마케터라면 붙들어야 할 4가지 본질(本質)

① 감정의 힘

사람은 생각보다 느낌에 더 반응한다.
설명은 이성이 하지만 결정은 감정이 한다.
“오늘만 이 가격입니다.”
이 오래된 문구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② 공감의 힘

“나도 그래요.”
사람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메시지에 끌린다.
mirror neurons, quasi-social interaction 이론은
이러한 감정적 동조가 관계 형성의 시작임을 말한다.


③ 진정성의 힘

꾸며낸 말은 쉽게 들통난다.
이제 소비자는 ‘진짜’를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판매 주체가 사람이든 브랜드든 진심이 느껴질 때 신뢰가 생긴다.


④ 자기다움의 힘

모두가 비슷비슷한 시대.
‘나다움’은 곧 차별화된 메시지가 된다.
말투, 어조, 태도 하나하나가 마케팅의 무기가 된다.


이 네 가지 힘은 사람의 본성(本性)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힘들은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본질이 된다.


본질을 지킨 브랜드 – 에르메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철학이다.

바로 에르메스의 문장이다.

그레이스 켈리의 에르메스

모나코의 왕비이자 할리우드의 스타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 중 배를 가리기 위해 든 에르메스의 켈리백이다. 그 하나의 스토리가 에르메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다.

하지만 에르메스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모든 제품이 대량생산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집요할 정도로 장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다. 그 정성은 소비자에게 믿음을 만들고 감동과 신뢰를 만든다.

결국, 에르메스가 지킨
본질은 <철저함>이었다.


예술가도 본질을 향해 덜어낸다

피카소의 <The Bull>은 선 하나, 곡선 하나를 계속 덜어내며 소의 본질만을 남겼다.

파블로 피카소 <The Bull> 1945-1946

코코샤넬도 디자인한 옷에 온갖 액세서리를 붙인 후에 필요한 것만 남을 때까지 뺐다고 한다.

생택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본질은 명작과 명품을 탄생시킨다.


마케팅도 같다.

넘치는 정보는 소비자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말은 군더더기를 덜어낼수록 힘이 세진다.

덜어낸 자리에 브랜드의 진심이 깊게 스며든다.

결국 소비자가 기억하는 건 수많은 설명이 아니라 단 하나의 본질적 메시지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AI, 쇼츠 처럼 매우 빠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감정으로 움직이고 진심에 끌리며 공감에서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브랜드는 본질에 집중한다.

어떻게 보면 마케팅은 변화에 적응하는 기술이면서도 본질을 지켜내는 예술이다.


지금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본질을 지키고 있는가?


참고문헌

박웅현 (2013). 여덟 단어. 북하우스.

Chip Heath & Dan Heath (2007). Made to Stick: Why Some Ideas Survive and Others Die. Random House.

Richard Thaler & Cass Sunstein (2008).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Yale University Press.


keyword
이전 09화프로필(Profile)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