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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선택

내 안의 자동반응 시스템, 휴리스틱(Heuristic)

by 성민기
“곧 방송시간 마감입니다.”
“오늘만 단 한번 이 가격입니다.”
“매진임박!, 전체매진!!!”


홈쇼핑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문장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수도 없이 반복되는 고정멘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 말은 자꾸 통할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은 논리보다 감정에,

생각보다 본능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마케팅이란 사람의 본능을 건드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고객을 ‘끌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 순간 필요한 게 바로 심리 기술이다.


휴리스틱(Heuristic)
우리는 왜 생각보다 먼저 결정할까?

휴리스틱의 사전적 의미

휴리스틱(heuristics) 또는 발견법(發見法)이란 불충분한 시간이나 정보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보다 용이하게 구성된 간편 추론의 방법이다. (출처 : 위키백과)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 ‘heuriskein’, 즉 “찾다(find), 발견하다(discover)”에서 유래했다.

찾아보니,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의 그 외침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어쨌든 쉽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매 순간 모든 선택을 어렵게 분석하며 결정하지 않는다.

제한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는 경험 기반의 직관적 판단 전략이 휴리스틱이다.

예를 들어, 중식당에서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짜장면 VS 짬뽕

오늘 당신은 어떤 메뉴를 선택할까?

어제 본 먹방 유튜브에서 짜장면이 나왔다면?

같이 식당에 들어간 동료들이 다 짬뽕만 선택한다면?

짜장면과 짬뽕

이럴 때 우리는 계산보다 느낌으로 논리보다는 직관으로 결정한다.

그 방법이 우리의 뇌가 덜 피곤해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의사결정과정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선택은
결국, 본능적인 결정이 된다.


또 다른 예로, 마트에 갔을 때

처음 보는 낯선 과자와 ‘100만 개 팔린 국민 과자’ 중

당신은 어느 쪽을 고르게 될까?

국민과자 AI이미지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게 바로 ‘사회적 증거 휴리스틱(Social Proof Heuristic)’이다.


또 하나, 홈쇼핑 방송을 보다 보면 ‘매진 임박’ 자막이 뜨는 순간, 이상하게 더 그 상품이 갖고 싶어진다.
지금 안 사면 놓칠 것 같은 기분과 그 심리.

그건 ‘희소성 휴리스틱(Scarcity Heuristic)’이다.


그 밖의 다양한 휴리스틱
“3분 만에 2천 세트가 나갔습니다.” → 사회적 증거 + 희소성
“사은품까지 드립니다.” → 현재편향 + 보상심리
“이건 제가 실제로도 집에서 씁니다.” → 유사성 + 신뢰
“타우린 1g 배합 vs 타우린 1000mg 배합 ” → 프레이밍 효과


이 모든 말들은 정보 전달이 아니다.

감정을 유도하는 심리적 장치다.

실제로 실시간 생방송에서 주문량이 폭증하면 고객의 반응에 짜릿함을 느낀다.


고객은 계산해서 사지 않는다.

끌리면 사고 끌리지 않으면 안 산다.

우리는 모두 ‘사고 싶게 만드는 말과 문구’에 둘러싸여 결국엔 구매한다.
그리고 그 말들 속엔 심리를 자극하는 정교한 장치들이 숨어 있다.

휴리스틱 요약

이처럼 휴리스틱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판단을 좌우한다.

아래에 주요 심리 효과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휴리스틱(Heuristic) : 복잡한 판단을 빠르게 내리기 위한 인지적 지름길
→ 느낌대로, 직관적으로 선택함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 다수가 선택한 걸 믿고 따름
→ “주문 폭주 중”, “리뷰 1만 개”
희소성 효과 (Scarcity Effect) : 희소할수록 더 가치 있게 느껴짐
→ “한정 수량”, “선착순 마감”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 같은 정보도 표현 방식에 따라 인식이 달라짐
→ “90% 무지방” vs “10% 지방 함유”

제품은 논리로 팔지 않는다.

제품은 느낌으로 끌리고

그 느낌은 심리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다.


사람의 본능을 건드릴 수 있다면

말 한마디로도 제품은 팔린다.


최고의 마케터는
계산이나 논리보다
본능을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다.


참고문헌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21세기 북스, 2018

아베 마코토, 『알아두면 돈이 되는 행동경제학』, 동양북스, 2022

리처드 탈러 & 캐스 선스타인,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더스북, 2009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2011

Amos Tversky & Daniel Kahneman,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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