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를 피하려는 본능, 전망이론(prospect theory)
"그냥 살 걸 그랬어!"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유명한 화장품 cf 광고의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대사까지.
이 말들 속에는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본능이 숨어있다.
주식하는 사람들의 손절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얻는 기쁨보다, 잃는 두려움이 더 크다."
손해를 피하려는 본능을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 풀어보자.
우리 일상 속의 선택들
회사 근처 카페에서 스탬프 10개를 모으면 1잔을 무료로 준다고 한다. 열심히 찍고 9개까지 모았다.
그런데 이 카페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고 이사간다는 소문이 돈다. 이때 우리는 이상하게도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느낀다.
단 한 잔의 커피보다, 지금까지 찍은 9개의 노력이 사라지는 게 더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마트에서도 자주 이런 경험을 한다.
1+1 행사 상품을 보고, 원래는 안 살 계획이었던 걸 집어 든 적 있다면?
‘놓치면 손해’라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실 그 제품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이득을 놓친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한다.
사람은 '이득'보다 '손해'에 민감하다
손실을 피하려는 본능
이런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발표한 이 이론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논리적 판단보다 잃지 않으려는 감정에 따라 선택한다는 걸 보여준다.
‘Prospect’라는 말은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
즉 당신이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시나리오가 ‘얻는 것’이면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잃는 것’이면 본능처럼 빠르게 반응한다.
전망이론은 바로 이 점을 설명한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을 때보다 놓칠 때 더 아프고 그 감정이 선택의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밝혀낸 심리학 이론이다.
또 다른 예를 실험사례를 통해 들어보자.
누군가 “90% 확률로 10만 원을 드릴게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망설인다.
반면 “무조건 9만 원 드릴게요”라고 하면 덥석 받는다.
같은 기댓값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손해가 걸린 상황에서는 반응이 정반대다.
“90% 확률로 10만 원을 잃어요”
라는 말에는 조심하고,
“무조건 9만 원을 잃습니다”
라는 말에는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
위의 전망이론 그래프에서 살펴봤듯이 같은 금액이라도 손실 쪽 곡선이 더 가파르고 깊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사람은 10만 원을 얻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가 손해라고 느끼는 이유는 ‘현재 상태’를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 기준점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참조점(reference point)’이라 부른다.
이처럼, 사람은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해를 피하는 쪽>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홈쇼핑도 이 심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
“오늘만 드리는 사은품입니다.”
“지금 주문 안 하면 이 가격 놓칩니다.”
“잠시 후 방송이 마감됩니다.”
이런 멘트들은 전부 <손실 회피> 심리를 자극한다.
물건을 얻는 기쁨보다 지금 안 사면 놓친다는 불안감이 구매로 이어진다. 사은품을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놓치면 다시는 못 받는다”는 감정이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요약
사람은 같은 조건에서도, 손실이 걸리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행동경제학은 이 감정의 구조를 분석하고 마케팅은 그 구조를 움직이게 한다.
"선택은 이성보다 감정에 가깝고,
그 감정은 언제나 '놓치기 싫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홈쇼핑, 카페 스탬프, 마트 행사 등.
우리 일상 곳곳에 이 원리는 이미 숨어 있다.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선택 앞에서 내가 지금 무엇을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놓치기 싫어서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스스로 질문해보는건 어떨까?
참고문헌
Daniel Kahneman & Amos Tversky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1.
Daniel Kahneman (2011). Thinking, Fast and Slow. 더난출판
Richard H. Thaler & Cass R. Sunstein (2008). Nudge. 리더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