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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선택

착각은 언제나 아름답다. 헤일로 효과(Halo Effect)

by 성민기
누가 파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우리는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저 사람은 “왠지 믿음 가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 한마디 섞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의 외모, 말투, 자세, 패션 스타일이 우리 마음에 어떤 무의식적 ‘신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신호는 대체로 정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판단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쇼핑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체가 아닌 이미지에 의해 상품을 선택하고, 믿고 사버린다.

이것이 바로 헤일로 효과(Halo Effect), 후광효과


후광효과는 어디에서 작동하는가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rndike)는 군인을 평가하는 실험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상관이 부하의 외모나 태도에 호감을 느낄 경우, 능력 평가까지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었다.

하나의 긍정적 인상이 전체 인상으로 퍼지는 것이 헤일로(후광) 효과다.

실제로, 사람들은 여러 상황에서 호감 가는 인물을 더 똑똑하고 성실하며 도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후광효과의 여러 가지 상황들

헤일로 효과는 단순히 외모나 말투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직책이 높다는 이유로, 혹은 리뷰 하나만 좋았다는 이유로 전체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인지적 착각은 고착성 휴리스틱(anchoring heuristic)의 일종이다.

즉, 특정 인상이나 정보에 기준점이 고정되어 이후의 판단까지 지배하게 된다. 그래서 광고에서는 인기 연예인이나 도덕적 이미지의 인물을 통해 상품의 품질을 높여 보이게 만든다.


'그 사람이 좋으니까, 이 제품도 좋겠지!?'
착각이지만 소비는 그렇게 이뤄진다.


이미지는 곧 직관이다.

이러한 판단은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의 저자인 다니엘 카너먼이 말한 시스템 1(System 1), 즉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방식의 전형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직관에 기대어 선택한다."

특정한 정보가 없을 때 사람은 판단을 생략한다.

그리고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신호’에 반응한다.

첫인상이 그 신호가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외모, 목소리, 표정 같은 일부 요소들이 전체 평가를 왜곡하게 만든다.


홈쇼핑 사례

홈쇼핑에서 실시간 고객의 댓글 반응으로 가장 많이 올라왔던 말 중 하나는

“쇼호스트님의 설명은 믿음이 가요.”이다.

상품에 대한 반응보다 인물에 대한 언급이 더 많다.

사실 제품은 이전에 소개한 것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같은 내용을 전해도 호감 가는 이미지를 가진 쇼호스트가 설명하면 ‘신뢰’로 받아들여진다.

말투가 친근하고 소비자와 눈을 마주치고 표정에 미소가 실리면 제품이 더 좋아 보인다.

심지어 옷차림이나 자세 같은 비언어적 요소까지도 소비자 구매결정에 긍정적인 후광효과를 만든다.

또한, 누가 설명하느냐에 따라 구매 전환율(취소, 반품을 뺀 실제 구매율)은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유명인의 이미지 = 상품의 이미지

우리는 제품보다 판매하는 사람을 보고 상품을 산다.

애플을 고를 때 우리는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도 함께 사는 것이며, BTS가 광고하는 상품이 더 신뢰 가는 이유도 같다. 유명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이미지 전이(Image Transfer)’ 현상으로 헤일로 효과의 일종으로 표현된다.

즉, 유명인의 이미지가 브랜드로 그리고 상품 자체로 옮겨간다.


그렇게 소비자는 제품 성능보다
그 유명 이미지를 먼저 사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모두가 원하고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덩달아 욕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사람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욕망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인 주체가 지향하려는 대상을 욕망하면서, 이와 가장 비슷한 이미지의 중개자를 찾아내 대상에 근접하려는 시도를 한다. 욕망의 삼각형 이론에서는 바로 이러한 인간 욕망의 과정을 보다 구조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를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엇을 원할 때조차 그것이 정말 내 욕망인지 아니면 타인의 욕망을 흉내 낸 것인지 우리는 구분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피부가 좋은 유명인이 소개하는 화장품을 선택하고, 많은 부를 축적한 것으로 보이는 유명인이 권하는 금융상품에 눈길을 돌리며, 몸매가 좋은 유명인이 권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다. 결국 소비자는 지향하는 대상으로 피부 좋고, 돈 많고, 몸매 좋은 유명인을 욕망하면서 그 욕망 충족을 위해 해당 상품들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욕망의 삼각형, 르네 지라르(R. Girard)

그래서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 광고하는 제품을 보면 그가 원하니까 나도 원하게 되는 착각의 회로에 빠진다.


한편,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의 저자는

“유명함은 유명함 자체로 강화된다”라고 말한다.

한 번 유명해진 사람은 계속 주목받고 그 주목은 다시 유명세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모나리자’ 사례를 든다. 그림 자체보다 도난 사건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이후 그것은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되었다고 한다.

즉, 작품의 본질보다 그것을 둘러싼 스토리와 사건이 ‘유명한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실력 보다 이미지
본질 보다 사건(스토리)
품질이 보다 타인의 욕망이 만든 유명세


착각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누가 파느냐에 따라 잘 팔린다.’ 이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진실 뒤에는 우리의 착각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를 판단하기 전에 이미 감정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 판단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아니면 착각의 선택인지, 가끔은 멈추어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원하고 있는 건, 진짜 내 선택일까?
아니면, 단지 남들도 원한다고 믿는 것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


다음에 누군가 제품을 권할 때 그 사람이 가진 ‘후광’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짜 실체>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착각은 언제나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김영사, 2012.

Edward Thorndike, "A Constant Error in Psychological Rating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920.

아베 마코토, 『알아두면 돈이 되는, 행동경제학』, BOOKERS, 2022.

네이버 지식백과, 욕망의 삼각형 이론과 유명인 활용 전략 (푸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2015. 11. 1., 최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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