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콘텐츠의 어머니
2004년, 홈쇼핑에 보험 상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험방송을 진행하는 쇼호스트들은 생명보험·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증을 직접 취득해야 해당 보험사 방송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방송과 설계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상품을 판매하고 책임감도 져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처음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 쇼호스트가 하루에 3개 보험사의 방송을 맡기도 했고, 생보사, 손보사, 운전자, 저축성, 정기보험까지 종류도 헷갈렸다.
그래서 보통은 쇼호스트 마다 전문성을 고려해 각 보험사를 전담해서 진행한다.
참고로 현재 국내 보험사는 40여 개나 된다.(2024 기준)
그러던 어느 날,
B사보험을 담당하던 선배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땡빵으로 A사를 담당하던 내가 그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
오프닝)
나 : 안녕하세요! B생명보험 시간에 인사드립니다. 오늘 진행을 맡게 된 쇼호스트 성민기입니다!
여기까진 좋았다.
게스트 소개)
나 : 오늘 도움 말씀 주시기 위해서 한 분의 손님 모시고 출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만… 관성적으로
내가 담당하던 라이벌 보험사 이름이… 튀어나왔다.
나 : “A사…에서… 나와주셨습니다. ㅇㅇㅇ님…!”
반… 갑습니다….
… 정적.
B사 게스트의 표정은 황당 그 자체.
빛의 속도로 정정멘트를 하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방송을 잘 마무리 지었으나 여전히 그때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실수는 창피하지만 덕분에 되돌아볼 수 있는 콘텐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