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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Apr 20. 2016

VR과 360VR

VR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특히 2014년에 페이스북이 VR 스타트업인 오큘러스를 20억달러(약 2조 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대중적인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대세인 페이스북이 이렇게 엄청난 돈을 주고 VR 기업을 사들인 것을 보니 금방 대박이 터질 분야라고 다들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VR(Virtual Reality)은 사용자가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 현실인 것처럼 상호작용을 하는 기술을 총칭하여 부르는 용어이다. 컴퓨터로 만든 ‘가상 현실’이라는 것이 중요한 부분으로 그래서 VR(Virtual Reality)이란 이름도 얻게 된 것이다. 컴퓨터로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이것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정교하게 보일 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해야만 VR은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VR은 아이디어가 처음 소개된 이후로 상당 기간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세상이 손쉽게 모든 사람들에게 현실처럼 느껴지기에는 아직 기술적인 진보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페이스북이 투자한 오큘러스에서 발표한 제품들이 분명 대단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지만, 시장성을 갖추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고사양 PC를 통해서만 감동스런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자유롭게 즐기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다. 이렇게 아직 갈길이 먼 VR이 그런데 왜 갑자기 대중적인 관심을 끌며 2016년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까? 그건 바로 ‘360VR’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영상 콘텐츠 때문이다.      

VR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두개의 볼록렌즈가 달린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를 사용하여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런 형태의 VR은 몰입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눈 앞을 완전히 가리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VR을 대표하게 되었다. 몰입감을 주는 이런 VR 형태에 촬영 영상을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가 몇 년전부터 몇몇 선구자들에 의해 시도되어졌다.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해서 전후좌우 360도 모든 방향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하나로 이어 붙여, 마치 보는 사람이 그 촬영 현장에 있는 것 같은 1인칭 시점의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이 콘텐츠를 특별히 ‘360 VR’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360 VR은 1인칭 시점의 360도 영상을 HMD를 통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촬영 장소에 가지 않고도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줄 수 있어 곧 새로운 영상 콘텐츠 방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2015년 미국의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VR 기술을 이용한 13편의 독립영화가 선보였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에서 ‘NYT VR’이라는 브랜드로 다큐멘터리 VR 영상을 독자들에게 배포하는 등 ‘360도 VR 영상’에 대한 영상 분야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갔다. 이렇게 360VR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되자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360도 VR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저렴한 가격의 구글 카드보드나 중국 제품인 ‘폭풍마경’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VR 영상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용자들이 360 VR 영상을 즐기게 되었다. 여기에 2015년 하반기부터 360VR Live(생방송)이 가능해지면서 VR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다. 미국의 VR업체인 NextVR이 미식축구와 농구 경기 그리고 대선 후보 토론회 등을 360VR Live로 중계하면서 이제 360VR은 당장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대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래 VR은 가상현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360VR은 가상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세계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가상으로 만든 컴퓨터 세상이 아닌 현실 세계인 셈이다. 그런데 이게 왜 VR이지? HMD를 사용하는 VR의 한 형태를 차용해서 몰입감 있는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이 360VR인데, 이게 VR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360VR이 VR과는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VR 열풍은 360VR에 기인한 바가 크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여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주류 VR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VR 시장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360VR은 바로 시장이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360VR에 대한 기대감이 VR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VR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용어의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 오해들이 이런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냈지만, 결과적으로는 360VR이 VR 산업 전체의 확장을 위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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