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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Sep 20. 2016

대만 강연

IP와 부산행

대만 경제 연구소(TIER:Taiwan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 차 대만의 타이페이에 다녀왔습니다. 방문 기간 동안 대만 남부에 태풍이 지나가서 서있기조차 힘든 태풍의 위력을 제대로 맛보는 잊지못할 경험을 하기도 했네요. 

이번 컨퍼런스는 주제가 <TV Drama Production and Industry Value-Chain in the Internet Age>였는데,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사례를 듣고 대만의 이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이렇게 동북 아시아 3국의 차이점을 피상적인 수준이지만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우선 NHK에서 온 일본의 발표자는 현재 일본 TV 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TV 시청자가 줄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터넷(주로 SNS)을 활용한 실험적인 시도에 대해 주로 언급을 하였는데, 발표를 들으면서 한국에서 이미 몇 년전에 시도를 했던 것을 일본이 이제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변화의 속도로 보면 한국의 방송쪽이 굉장히 빠르다는걸 알 수 있었는데 발표 내용이 주로 방송과 인터넷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방송사의 수익이나 영향력 확재에 낙관적인 결과를 만들어낼거라는 것이어서  일본의 방송사는 앞으로 조금 더 시행착오를 거치는 시간을 가지게 될거라는 느낌도 함께 들었습니다. TV 시청자가 줄고 있다는 현상은 한국과 비슷한데 아직은 그 위기감이 한국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홍보를 하는 것이 젊은층을 TV에 끌어들이는 것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거라는 예상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되었거든요.

중국의 상하이에서 온 프로듀서는 주로 자신의 회사 작품에 대한 소개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체 내용은 큰 흥미를 주지는 못했는데, 그녀가 사용한 IP라는 용어가 컨퍼런스에 참여한 참석자들과의 교감을 가지고 있어 저도 흥미롭게 이 부분을 들었습니다. IP는 지적재산권을 의미하는데 사실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을 기본에 성공한 소설이나 만화를 사용한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영상화하는 콘텐츠의 원작 역할을 하는 소설과 만화를 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 대륙에서는 이 IP라는 용어가 크게 유행을 한지가 꽤 되었고, 대만에서도 IP라는 용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IP 중에 아주 큰 사랑을 받았던 원작을 따로 'Super IP'라고 부르며 동영상 콘텐츠의 성공 보증 수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이미 성공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을테니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어쨌든 중국에서는 이 IP를 확보하는 것이 요즘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미디어 업계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온 나에게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에 대한 발표를 원했고,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3명의 해외 발표자가 이야기를 끝내고 진행된 대만 미디어 전문가들의 토론에서도 역시 IP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논의되었는데요. Super IP를 발굴하여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론과 함께 대만은 IP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IP를 발굴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현실론까지 논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 컨퍼런스 주최 측의 한 연구자가 건낸 한국의 영화 '부산행'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지금 대만에서는 영화 '부산행'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부산행의 놀라운 성공과 함께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창의적인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있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으며 이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이 나타날 수 있는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 궁금하고 배우고 싶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영화 '부산행'를 필자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크지 않은 규모의 예산으로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좀비 영화를 멋지게 만들어 낸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렇게 외국에서까지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것에 사실 많이 놀랐네요. 대만의 미디어 전문가들에게 한국은 굉장히 창의적인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멋진 곳이라는 인상을 부산행이 만들어 주고 있었는데, 하나의 콘텐츠가 해외에서 나라의 이미지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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