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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Nov 24. 2016

MCN의 현실과 미래

MCN은 2015년 한국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였고, 2016년 상반기까지도 미디어 분야 최고의 키워드였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TV를 압도하는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감성으로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는 MCN 사업자들은 기존 미디어 기업들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구요. 대도서관, 양띵, 씬님, 캐리 등 이미 10대들에게는 유명 인사가 된 1인 크리에이터들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름정도는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유행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일소라(일반인들의 소름끼치는 라이브)’나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 : 개이득’ 등 오리지널 콘텐츠 동영상을 한 두 번 쯤 보았을 것이구요.  그런데 최근들어 MCN 사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이야기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너무나 뜨거웠던 MCN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꽤 많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높은 수익과 함께 1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왜 이런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을까요?

      

MCN(Multi Channel Network)은 유튜브(Youtube)라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아주 단순화해서 설명을 하자면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들의 매니지먼트 회사 같은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2013년 디즈니사가 Maker studio라는 MCN 업체를 1조원 가까운 금액에 인수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시작되었죠. 거대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가 당시에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미국 10대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인데, 유튜브라고 하는 인터넷 플랫폼이 10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 급격하게 성장 하였고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Original Content)가 10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시간 차이를 두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영상 세대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CJ E&M을 필두로 트레저헌터, 비디오빌리지, 샌드박스, 우먼스톡 등 다수의 MCN 업체들이 이런 미디어 변혁 속에서 등장하였고, 지금은 MCN이 초기의 매니지먼트 영역을 넘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포함하게 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모든 분야를 대표하는 개념으로까지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빠르게 간파하고 국내 지상파 방송사 중 KBS가 가장 먼저 MCN 시장에 뛰어들었고, 뒤를 이어 MBC와 SBS도 시장에 참여하면서 MCN은 동영상 사업자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기까지 했죠. 

     

이렇게 엄청난 기세로 기존의 미디어를 대체할 듯 보였던 MCN에 신중론이 나타난 것은 바로 ‘수익’ 때문입니다. 수 천만원의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스타급 1인 창작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계약을 맺고 MCN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당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1년이 지난 지금 의미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MCN 사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고, 대부분의 MCN 사업자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MCN 신중론의 근원지가 된 것입니다. KBS,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사들의 MCN 사업 참여가 MCN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촉매가 되었었는데, 이들 역시도 수익 부분에 관해서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MCN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미디어 플랫폼의 제왕으로 등극하면서 모바일이 대세가 되고 있지만 콘텐츠 측면에서는 여전히 기존 미디어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에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열광적인 반응을 만들어온 MCN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미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죠. 

     

수익이 필요한 MCN 사업자들에게 돈을 낼 가능성이 있는 주체는 소비자, 광고주, 플랫폼 사업자 이렇게 셋입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돈을 내는 수익 모델이 활성화된다면 MCN 사업자들의 고민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한정된 아프리카 BJ만이 별풍선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부금으로 제작비를 상회하는 돈을 벌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부 형식의 별풍선이 아니라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모델이 MCN 사업자에게는 의미가 있는 수익 모델인데 지금까지 제작되어진 MCN 사업자들의 콘텐츠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아낼 정도의 수준이 아닌 듯 합니다. 영화 같은 유료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정도의 설득력을 가진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낸 MCN 사업자는 없었습니다. MCN 사업자들이 유료 가입자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을 높일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현재 광고주의 주 타겟은 20-30대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MCN 사업자들의 콘텐츠 주 소비층은 10대이고 주로 남성입니다. 물론 빠르게 MCN 콘텐츠 소비층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여성 소비자들도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광고주에게 의미있는 수준까지 성장하려면 최소한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서 콘텐츠가 필요한 플랫폼 사업자는 어떨까요? 네이버 등의 포털과 SKT 등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소비자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끌어들이고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바로 수익이 됩니다. 그래서 현재 이들은 가장 인기가 있는 방송사 콘텐츠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자신들이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MCN 사업자들의 콘텐츠를 끼워 팔기 하는 전략을 펴고 있구요. 지금은 끼워 팔기 수준의 투자이지만 조금씩 늘려나가면서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방송사로부터 가지고 오기 위해 적절한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이죠. 올해에 눈에 띄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내년에는 더욱 경쟁적으로 콘텐츠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매출 규모가 방송사의 10배가 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러한 공세가 이어질 경우에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도 이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MCN 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수익과 함께 그동안 방송사의 콘텐츠가 독점했던 시장을 함께 나누어 가지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TV를 집어삼키면서 이제 방송사들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미디어 왕좌를 두고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수익적 관점에서는 소비자와 광고주를 두고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가 쟁탈전을 벌여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들이 장악한 모바일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해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것은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소위 ‘Death Valley’를 넘어서는 사업자만이 미래의 미디어 시장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냉험한 현실이 눈앞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미디어 시장의 환경의 변혁 속에서 콘텐츠 제작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존의 콘텐츠와는 다른 경쟁력을 가진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여 소비자들을 끌어 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지금의 미디어 시장 상황에서는 없습니다. 조금씩 소비자, 광고주, 플랫폼 사업자를 설득해 나가면서 수익화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와함께 MCN 사업자들이 다른 미디어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콘텐츠를 개발하여 ‘드론’처럼 아직은 미개척 분야지만 미래 잠재력이 큰 분야를 찾아내서 콘텐츠를 넘어서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기존의 관행으로 미디어 세상을 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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