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by 고찬수

스타링크가 촉발시킨 통신위성을 활용한 우주통신 시대는 이제 막이 올랐다. 미국, 유럽, 중국 이렇게 3대 세력이 저궤도 통신위성을 경쟁적으로 쏘아올리며 미래의 통신망 사업을 서로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스타링크를 앞세워 한참 앞서가는 미국에 중국과 유럽이 도전장을 던졌고, 이제 전쟁이 마무리되면 우주 강국이었던 러시아가 이 경쟁에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 인도, 한국 등 다음 그룹도 미래의 땅인 우주로의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함께 시작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은 옛 소련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시들해졌다. 서로를 경쟁자로 간주하고 혹시 모를 상대방의 도발을 막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우주에 투자했었는데, 소련의 해체로 미국은 적수가 없는 세계 1등이 되었고, 소비에트 연방은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져 버렸다. 그러자 미국의 유권자들도 더 이상 우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낸 지 50년이 넘었지만, 달을 개발하고자 하는 투자는 이어지지 않았다. 엄청난 돈을 써가며 서로 먼저 가려고 했던 우주 공간에 대한 탐사는 너무 돈이 많이 들어가는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연히 NASA의 예산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한화로 30조가 넘는 규모의 예산이 배정되고는 있지만, 우주 발사체를 한 번 쏘는 비용이 2조 원 정도로 우주 산업은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과거와는 다른 우주 산업 전략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새롭게 나온 방안이 바로 NASA와 민간 우주기업의 협업이다.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우주 탐사를 진행하고, NASA는 전체를 조율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서 예산을 절약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우주 개발의 시대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라고 부른다.

우주 개발은 장기간에 걸친 투자인 데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참여 초기 민간기업들은 대부분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유명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도 세 번 연속 실패하고 나서, 네 번째에 겨우 성공했다. 자본력이 크지 않은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우주 개발사업 관련 리스크가 너무나 컸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우주 분야는 어쩔 수 없이 국가 기관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NASA 같은 국가 기관의 우주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 성공 실패 관계없이 일단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도 아직은 국가 우주 사업이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의 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해두는 것이 민간 우주기업들의 생존에 필수적 선택이었고, 그 후 각자 자신들만의 기술을 축적하면서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개척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 어렵지만 그래도 성공해낸다면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기에 많은 기업들이 우주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 중 스페이스X는 독자 생존 능력을 가진 최초의 민간 우주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20년간 적자였지만, 이제는 흑자를 내고 있다. 그리고 보유한 독창적인 기술로 우주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팰컨9으로 대표되는 로켓 발사, 스타링크라는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에서 큰 돈을 벌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이제 대표적 항공 기업인 보잉을 추월했다. 물론 계속된 적자 속에 파산 위기를 겪는 민간 우주기업이 여전히 많지만, 스페이스X처럼 독보적 기술을 갖게 된다면 우주 산업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미래시장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 산업이 정부에 의해 주도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절에도, 우주 개발을 위해 연구되어진 많은 기술들은 여러 산업 분야에 활용되면서 우리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위성전화, 내비게이션, 휴대용 의료기기, 뇌 모니터링 센서, 풍력발전 시스템, 농축 이유식, 내화성 단열재, 오염물질 청소 기술, 빙결 방지 시스템 등 수많은 혁신제품들이 우주개발 연구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우주개발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우주 개발이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것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이제 민간기업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은 연관 기술들이 실제 생활에 활용되는 사례를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이다. 민간 기업들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달 탐사나 화성 개발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이나 희귀 광물을 취득하여 큰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국가 기관처럼 그저 로켓을 발사하고 우주를 탐험하는 것만으로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이 일을 계속 해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우주 자원의 획득이 중요해진 것이다. 달 탐사에서는 희귀 광물인 ‘헬륨-3’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핵융합발전의 원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헬륨-3가 달 표면에 상당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달 표면에 있다고 알려진 헬륨-3 약 100만 톤은 핵융합발전으로 지구의 사람들이 1만 년동안 사용할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예측되고 있다고 하니, 달의 자원 채취가 성공하게 될 경우, 참여한 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주 공간은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개발해야 하는 새로운 영토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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