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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Jun 26. 2019

예술과 인공지능의 상생

처음 인공지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한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들조차도 무언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의 영역을 인공지능에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여 만든 인공지능이 먼 미래에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창작하는 능력은 그래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 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환경으로 급변하게 되었다. 음악, 미술, 문학 등 거의 모든 예술 창작 활동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비록 실험적인 수준에서이지만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기존의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힌트를 얻게 되자 어디가 한계인지를 시험하는 듯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과 이론을 쏟아내고 있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예술 창작물이 탄생하고 있다.  

이제 막 예술 창작의 분야에도 인공지능의 진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1. 미술

 마이크로소프트가 네덜란드 기술자들과 공동으로 개발한 인공지능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한 그림을 그려냈다는 보도가 2016년 4월에 있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담당 인공지능 개발팀은 15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렘브란트의 그림 자료를 3D스캔 기술로 정교하게 디지털화한 뒤 컴퓨터에 입력하고,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그림 속 사물의 위치와 구도, 사용된 미술도구 등을 분석하여 인공지능이 렘브란트 그림의 특징을 학습하도록 했다고 한다. 보통 UHD 영화 1편이 18기가바이트 정도의 파일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150기가바이트는 엄청난 고화질로 그림을 디지타이징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는 2년여 간의 준비 끝에 공개가 된 것으로, 이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https://

www.nextrembrandt.com)에 들어가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예술 작품의 탄생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대가의 작품을 그가 사라진 이후에도 인공지능의 힘으로 다시 불러내어 창작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동영상을 보는 내내 흥분하도록 만든다. 

아마도 렘브란트 그림이 주는 감동과 인공지능 기술이 주는 감동이 함께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프로젝트는 진행하면서 렘브란트의 모든 작품들이 아주 세세한 수준으로 분석이 되었으며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와 시선 방향 그리고 나이와 성별 등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찾아내어지고 분석되어졌다.

여기에 그가 사용한 색깔, 붓의 사용 방식 등 유명 화가의 그림 그리는 노하우도 인공지능에 의해 학습이 되어진 것이다

그리고 만들어낸 인공지능의 그림은 과연 렘브란트의 작품일까 아니면 인공지능의 창작물일까

미술 작품과 미술에 대한 개념 자체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 사건은 앞으로 모든 예술 분야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이다


 2017년 6월 미국의 러거스(Rutgers) 대학과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팀이 함께 창의적인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발표하였다. 이 인공지능은 GAN(생산적 적대 신경망 :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을 발전시킨 CAN(창의적 적대 신경망 : Creative Adversarial Network)을 사용하였다. ‘GAN'은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Generator)과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평가하는 것(Discriminator)을 쌍으로 만들고, 이들이 서로 대립(Adversarial)을 하면서 서로의 성능을 점차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진짜와 구별이 어려운 가상의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은 인간이 원하는 이미지와 거의 유사한 세상에 없던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지만 사실 이건 모방의 수준이지 창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연구팀은 정말 인공지능이 창의적인 이미지를 창작해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 알고리즘의 이름을 'GAN’과 거의 비슷한 CAN(창의적 적대 신경망 : Cre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고 명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창작한 이 그림들을 인간의 예술 작품과 같이 무작위로 어떤 것이 예술적인 작품인지를 선별하는 실험을 하였을 때 인간이 창작을 한 작품들보다 오히려 좋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한다. 이제 인공지능이 예술적인 수준의 미술 작품을 창작해 낼 수도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고, 예술적 창의성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2. 문학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한국에 인공지능 알파고 신드롬이 불던 그즈음에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의 한 신문사에서 주최를 하는 ‘호시 신이치상’이란 문학상에서 인공지능이 쓴 단편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뉴스로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호시 신이치’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SF 작가로 단편 소설보다도 더 짧은 초단편 소설의 형식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를 기리는 목적으로 매년 실시되는 공모전에서 인공지능의 작품이 사람이 쓴 소설들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를 받으며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단정치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의미 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다.


이 소설의 제목은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이다. 인공지능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창작한 것인데 인공지능의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작품은 사람이 상당 정도 창작에 관여를 했기 때문에 온전히 인공지능의 창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문학 분야에도 인공지능의 창작에 대한 도전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사건이었다.     


3. 음악 

2015년 9월 미국의 예일대학교 컴퓨터 공학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 ‘쿨리타(Kulitta)’는 사람이 작곡한 음악과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작곡이 되었기 때문에 음악의 창작 영역에 인공지능이 도전을 했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 인공지능은 입력한 음악 자료들에서 특정 규칙을 분석해내고, 음계를 조합하여 작곡을 하는 방식으로 곡을 만드는데 이런 방식은 창작이 아니라 단순한 모방이라고 음악을 창작하는 인공지능 탄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인공지능이 작곡을 한 음악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적인 작곡가의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구별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쿨리타’의 등장 이후로 음악을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하려는 시도는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AIVA(Artificial Intelligence Virtual Artist)’가 인공지능으로 창작한 클래식 음반을 내놓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Genesis'라는 제목의 클래식 음반을 출시하였고, 그 음악적인 수준을 인정받아 프랑스의 음악가 협회인 ‘SACEM’에 가입을 하기도 했다. ‘AIVA’는 인공지능 학습 방법의 하나인 딥러인과 강화 학습을 통해서 클래식 명곡들을 학습하여 이 곡들의 특성을 분석하여 파악하고 있고 이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각 분야의 혁신적인 시도들에서 자극을 받은 상당수의 예술 창작자들이 이제는 꽤 활발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물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 성과도 의미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예술 창작자에게 인공지능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의 구조를 본따서 만들어진 기계이다. 그런데 이 기계를 인간이 만들고 발전시키면서 우리 인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걸 인공지능이 찾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인간이 가진 감정이나 습성을 가지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창의성은 서로의 분야가 겹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창작을 하는 예술 분야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이 가능하고 또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예술 창작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있다. 이제 창작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미래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두려움을 버리고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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