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찬수 Jul 24. 2019

웹드라마의 미래

다른 모든 미디어 기기를 압도하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의 폭발적 증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에 충분했고, 그 첫번째 주자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이 바로 ‘웹드라마’이다. 웹드라마는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드라마(drama)’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기존의 드라마가 주로 TV라는 매체를 통해 소비되었던 것에 비해 PC나 모바일 등의 인터넷 기기를 통해 드라마가 소비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용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2013년 2월 <Love in memory>라는 제목의 웹드라마가 네이버에 선을 보이며 시작된 국내 웹드라마는 잠깐의 황금기를 누리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동안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만 제작하는 것이 가능했던 영역이었기에 방송사의 편성 없이 외부의 제작사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사건이었다. 웹드라마는 수 년간 아무런 변화없이 이어져온 기성 방송사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낼 기대주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2019년 현재 아직도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내 웹드라마 시장이 많은 작품의 제작에도 제대로 안착이 되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현재는 카카오와 합병) 등 포털에 노출을 하고 클릭수에 따라 받게 되는 적은 돈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기업체나 지자체의 협찬은 초창기 가장 중요한 웹드라마 제작비 펀딩 수단이었다. 물론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순수하게 스토리로 승부를 하려는 제작자들의 용감한 도전도 많이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었기에 지속가능한 웹드라마 제작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수익 모델의 부재는 과감한 투자와 유능한 인재들의 참여를 막아버렸다. 돈과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플리>나 <에이틴>처럼 열렬히 팬들의 사랑을 받은 웹드라마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미지출처 : 네이버TV캐스트

그런데 넷플릭스라는 거대 영상 플랫폼의 국내 진출은 이처럼 어려운 국내 웹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유튜브가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 구조를 만들어주면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진 것처럼, 넷플릭스가 국내 웹드라마의 지속가능한 제작 환경을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만드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자되는 드라마도 웹드라마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웹드라마를 유통하던 국내의 온라인 영상 플랫폼들이 만들 수 없었던 제작비 회수 시장을 넷플릭스가 웹드라마 제작자에게 제공해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기대대로 과연 넷플릭스가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킹덤>같은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유통이 될 수 있다면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좋아하면 울리는>외에 <보건교사 안은영>,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의 드라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이 되고 있는데 이 작품들의 성공 정도에 따라 국내 웹드라마 시장의 환경이 질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국내 방송사와 통신사의 투자가 뒤따르게 된다면 웹드라마도 TV드라마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국내 웹드라마는 이제 과거의 저예산 스넥컬처 드라마에서 탈피하여 TV드라마와 경쟁하며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새로운 환경으로 혁명적인 변혁을 하게 되었다. 이제 그 변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얼마나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예술과 인공지능의 상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