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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Dec 18. 2020

Z세대의 가상세계

Z세대에게 가상세계(메타버스)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든 서비스들을 현실 세계의 일부분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쇼핑하며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는 없을 겁니다. 컴퓨터 하드 디스크 속에 데이터를 저장해두면, 책과 영화 등 현실 세계의 물리적 실체들을 컴퓨터 모니터로 구현하여 이용할 수가 있다는 건 그 기술적인 배경을 모르더라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세계를 우리는 ‘사이버 세상’이라고 부릅니다. 현실에서는 컴퓨터와 하드 디스크 그리고 통신선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도서관도 있고, 상점도 있고, 콘서트장도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메타버스’라 불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D로 구현되던 컴퓨터 모니터 속의 상점과 도서관이 현실과 유사한 3D로 구현되면서, 가상의 세계에 직접 참여해서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Z세대나 알파세대에게는 가상세계가 현실과 분리된 세상이 아닙니다. 

가상공간이 현실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세계관이 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유명 게이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게임 캐릭터(아바타)들이 게임 속 성당에 자발적으로 모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추도식의 주인공은 현역시절 닉네임 '렉풀(Reckful)'을 사용하던 유명 프로 게이머였다고 하는데요. 

2010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메이저 리그 토너먼트를 제패하였고, 6년 연속 이 게임의 챔피언을 지낸 스타 게이머였습니다. 그리고 게임 전문 방송 트위치를 무대로 활동하며 전 세계에 팔로워 93만6000명을 보유하기도 했던 인기 게임 방송 진행자였다고 합니다. 

그림 출처 : 트위터(Jacob, but online @mooselund) 계정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이 그를 게임 속에서 추모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게임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정말 어울리는 추도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 추도식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현실세계와 게임 속 가상세계는 연결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현실에서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를 가상세계에서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이 게임은 게임 참가자들이 서로 총을 쏘고 공격을 해서 상대방을 없애버리는 것이 목적인데, 추도식에서 평화롭게 한사람의 죽음을 다 같이 애도했습니다. 총탄이 난무하는 게임 안에서 원래 게임의 목적과는 관계없는 추도식이 거행된 것은 게임 속 가상세계를 신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세상은 우리의 현실이 투영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과 현실 공간은 모니터 화면을 두고 경계가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이버 세상의 밖에 존재하며 모니터 화면을 통해 저 너머의 사람들과 소통해 왔습니다. 

게시판이나 카카오톡 그리고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서비스가 만든 가상의 공간에 우리는 특정인의 추모글을 올리고 이를 읽으며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 속에는 우리가 올린 정보만 있을 뿐, 정작 사용자들은 모니터 밖의 현실세계에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추도식에서 참여자들은 게임 속 캐릭터(아바타)들의 모습으로 가상공간 안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업데이트한 정보가 아니라, 자신을 대리하여 표현하는 게임 속 ‘아바타’로 게임 세계에 존재함으로써 기존의 사이버 공간과는 다른 가상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추도식이 열렸던 것처럼 이제 결혼식도 게임 속에서 가능합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이라는 게임에서 실제로 결혼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신랑과 신부 그리고 진짜 친한 친구들이 참여해서 말입니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취소해야만 했던  미국의 한 커플이 게임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시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임 속 세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결혼식을 가상세계에서 올린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 속에서 내가 원하는 장소를 고르고 그곳을 내가 직접 꾸며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니 너무나 신기하네요.      


솔직히 저도 기성세대라서 이런 가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세대들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가상공간이 현실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세계관이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가상세계는 현실입니다. 

게임 속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추도식이나 결혼식에 참여하는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이들은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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