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동물관찰기 인문실험실 있다 프로젝트
나의 동네는 오패산로 자락에 있다. 때때로 멧돼지가 출몰해서 작년에는 동네 공원에 사냥꾼들이 총을 가지고 순찰을 하기도 했다. 도시에 인접한 산자락에 사는 집의 장점은 계절에 따라 산에서 부는 꽃과 나무의 냄새가 밤마다 조용히 내려온다. 봄에는 아카시아 꽃 냄새가 천천히 스미면 마당에서 대낮에 널어 바짝 마른 빨래를 걷으며 잠시 숨을 들이 마신다. 나의 작은 마당은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이 지나간다. 계절마다 달의 위치를 보고 그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는 일이 마당생활을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을 남편은 달리 풀어서, 때때로 작은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술과 함께 마신다.
나의 마당에는 종종 초대하지 않은 손님도 오는데, 처음 신혼집을 이곳에 차렸을 때는 집 곳곳에 벌들이 벌집을 다시 지으려고 했었다. 벌들이 자주 들나들어 임신했을 때 기겁하며 모기약을 뿌리거나, 마당에 놓인 세탁기에서 빨랫감을 꺼내다 배를 된통 쏘이기도 했었다. 못처럼 단단한 벌침이 배를 찌르자마자 타는 듯한 통증이 옆구리에 느껴졌다. 어느 날은 집안으로 먹잇감을 찾는 오소리가 들어오기도 했다.
우리 집의 가장 큰 불청객은 뭐니 뭐니 해도 고양이인데 이유인 즉슨 우리집 주택 지붕에 들어가서 한때 우리 지붕을 화장실로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의 변과 오줌을 치우느라 지붕을 뜯어서 청소하고 다시는 화장실로 사용하지 못하게 끈끈이 쥐덫을 설치하기도 했다.
한 때는 나도 고양이를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를 보면 그 때 고생했던 고양이 냄새가 떠올라 머리가 지끈해졌다. 우아하고 사랑스럽던 고양이의 자태 마저 진력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봄부터 우리 집 대문 위로 올라와 잡초를 먹으러 왔다가 매번 눈이 마주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나는 일부러 나타난 고양이를 내쫓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래도 역시 고양이는 귀엽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귀여운 것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아이들은 거부할 수 없이 귀엽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양이도, 개도, 마찬가지로..
나는 이 귀여운 고양이가 우리집 지붕의 잡초를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본다. 고양이는 나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풀을 씹는다. 나는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움직이며 천천히 사진을 찍고 바라본다.
그런 우연한 마주침들이 한 번, 두 번 쌓이자 이제 고양이는 더이상 나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고양이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행동으로.
"너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어. 그렇게 지내자. "
고양이는 내가 반가워 하든 말든, 풀만 몇번 씹고 휑하고 떠난다. 쿨한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