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사마귀 '있다'

인문 실험실 있다 프로젝트

by 심가연


사마귀에 대한 강력한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남자아이가 머리를 잘못 잘라서 왔다. 바가지를 대고 엄마가 머리를 잘라주었다는데 영 삐뚤빼뚤했다. 그다음 날이 되자, 그 아이는 대머리가 되어서 나타났다. 여름이라 덥고, 엄마가 머리를 망친 김에 그냥 잘라 버렸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꽤 통통했고, 머리까지 빡빡 밀자 그 당시에 내가 잘 보던 중국 무협 소림사의 어린 스님 같아 보였다.


체육시간에 소나무에 앉아있던 거대한 사마귀를 소림사 스님 같던 남자아이는 잽싸게 잡았다. 그리고 그 사마귀의 머리는 어느 순간 분리되어 있었다.


머리가 없는 사마귀는, 아이는 빡빡 민 머리를 붙잡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사마귀가 죽지 않는 모습도, 그 아이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모습도... 오싹할 정도로 싫었다.


아이는 천진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그 아이는 가학적이거나 위악적이지 않았다. 그저 머리가 없는 사마귀와 놀고 있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문득 사마귀를 볼 때마다, 그 초등학교 동창의 머리에 붙어있던 사마귀 때문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다른 사마귀에 대한 일화가 생기기 전까지.


친정아버지가 사는 덕산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벽에 할머니가 밭을 매러 나갔다가 한 사마귀를 발견했다. 곤충을 좋아해 채집하는 여자 조카를 위해, 할머니는 얼른 사마귀를 잡아 주었다. 장아찌 플라스틱에 담겨 있던 사마귀를 언니네 집으로 소중히 옮겨졌다.


사마귀는 엄마 사마귀였다. 언니네 집에서 수십 마리의 아기 사마귀들이 부화하여 쏟아져 나왔다. 언니는 가족 카톡창에 수십 마리의 사마귀 사진을 올렸다.


그 말에 할머니는, 아이고 엄마였구나 하면서 짠해하셨다.

그 해 칠순이 넘었던 할머니는, 할머니의 엄마를 잃고 상심해 있었다. 늘 혼자 있으면 울고 있다고 하셨다. 엄마 사마귀가 낳은 수많은 아기 사마귀들의 사진이 할머니가 한숨 쉬며 한 지나가는 말 한마디와 함께 뇌리에 박혔다.


언니는,,, 그 사마귀들을 어떻게 했을까 한번 다시 물어봐야겠다.


내가 지난 일요일에 만난 사마귀는, 긴 여름 장마로 바닥이 마를 날이 없던 어느 날이었다. 그 밤, 이마트 실내 주차장은 야외 주차장에 차를 대지 않으려는 실랑이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결국은 그냥 올라가자 비 좀 맞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올라가서 차를 데고 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우리 집 자동차 뒤편에서 팔을 흔들고 있던 사마귀를 발견했다.


사마귀라는 납작한 단어를 벗어나, 이 한 마리의 사마귀를 가로등 빛에 찬찬히 첫째 아이와 쭈그려 앉아 관찰해보았다. 사마귀는 다가오는 우리가 무서워서 바퀴 안쪽으로 도망가려 했다. 잠시 이 사마귀를 잡아갈까 했지만, 통에 넣었다가 다시 놔주었다. 사마귀에게는 살던 곳, 있던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조금 귀여웠다. 장 본 것을 트렁크에 넣던 남편은 괜히 사마귀에게 생수에 담아 있던 물을 뿌려 보았다. 그런 남편에게 사마귀를 두 팔을 흔들며 저항했다.


사마귀는 그러나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붉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다가오는 이에게 가녀린 팔로 자신을 방어하던 사마귀는 왠지 귀엽고 강인해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주차장에 사마귀를 두고 장을 보고 떠났다.


멀어지는 물웅덩이에 있을 사마귀를 잠시 돌아보았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에 남은 질문을 남편에게 물어봤다. 왜 사마귀에게 물을 뿌렸어?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조금은 내 질문이 멋쩍은 듯.


그냥 생수에 물이 남아서. 버리느니... 어떤 사마귀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나는 그 말에 달리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사마귀나 그런 작은 것들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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