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실에 온 손님 : 족제비

있다 프로젝트 / 도시 동물 관찰기

by 심가연

2019년 4월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 보일러 실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숨어든다. 그곳이 무척 따스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게다가 숨어도 인간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동네 산에서 피신 온 동물들이 때때로 찾아온다. 그날은 난생처음 보았던 족제비가 갑자기 대낮에 빨래를 넣고 있다가 동네 얼뜨기 새댁인 나에게 들킨 날이었다. 족제비를 쳇~!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라는 와중에도 나는 이것이 글쓰기 소재가 되리라는 생각에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 당시 이 이상한 생명체는 뭐지? 왜 우리 집에서 나왔지 놀라서 거의 비명을 지르며 떨었다.


”너! 뭐야! “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했던 것 같다.

족제비는 나의 호들갑에 집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보일러실에서 나왔다.

“가면 되잖아 가면!”

나는 이 녀석을 어찌하지 못하고 문을 열고 휘휘 빗자루를 휘둘렀다.

“이 녀석 다신 오지 마라!”

기다란 이 녀석을 우리 집 마당에서 쫓은 뒤, 나는 대문을 닫고 놀란 마음이 이 녀석의 정체를 한참 뒤져보다 그제야 ‘족제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당시 우리 동네는 재개발지역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빈주택들이 옆 동네에 즐비했다. 산동네에서 먹거리가 떨어진 동물들이 찾아서 내려오나 우리 집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리 동네 보일러 실을 방문한 것은, 산달이 가까운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부터, 가끔 동네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쥐, 바님들까지 아주 다양했다.


이에 남편이 보일러실의 아래편에 벽돌을 쌓고 판자를 새워 간신히 그들의 방문을 막아보았다. 한참 잠잠했지만 여전히 오려는 손님을 막을 제간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세상에 집으로 이런 동물이 찾아온다는 것이 싫었었다. 나는 왜 이런 집에 사는 거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어떻게 보면 이런 동물들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을 투덜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손님들이 오지 않게 청소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자주 청소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날 족제비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신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어딘가에 신고할 틈도 없이. 유유히 떠났다. 사진 속 길고 부드러운 털을 바라보며 나는 그날 족제비와 잠시 마주했던 그날을 추억한다. 이제는 여유롭게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