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천 연예인 너구리들을 아시나요?

있다 프로젝트 '도시 동물 관찰기'

by 심가연


우리 동네에 우이천에는 너구리들이 산다. 2022년 6월 jtc뉴스에서 이 너구리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룬 뉴스로 우이천 너구리들이 화제가 되었다. 동네에서 거꾸리 운동을 하는 주민들에게 인터뷰를 청하거나, 반려견이 똥을 싸다가 너구리가 오자 안고 도망친 견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진지하게 '그래서 똥은 다 쌌나요?'라고 동문서답해서 이 뉴스가 일종의 개그 뉴스로 화제를 끌었다.


그 당시에 거꾸로 매달렸던 아저씨에 대한 후속 인터뷰와, 우이천에서 너구리를 만난 사람들이 올린 영상들이 검색해보면 최근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tv동물농장에서도 우이천 너구리들을 촬영하러 갔었나 보다.


한 영상을 보다가, 맨손으로 너구리에게 과자를 주는 여자를 보았다. 의외로 너구리는 익숙하게 그것을 잘 받아먹었다. 혹시라도 너구리가 여자의 손을 물까 봐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조마조마했다. 너구리는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찾아보니 도봉구청 민원에 피해를 입은 반려견 사진과 신고들이 꽤 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말한다. 너구리가 위험하지 않다고. 평소에는 공격성이 없는데, 최근 너구리가 새끼들을 낳으면서 출산 이후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한다. 올여름 버드랜드에 갔을 때도 여름에는 새들이 알을 낳고 그 알을 지키기 위해 극도로 날이 선다고 들었다. 새의 목소리도 굵고 거칠어진다고. 아는 분도 지나가던 새에게 여름에 습격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까마귀가 자기 알을 훔치러 온 줄 알고 머리를 날아와 후려쳤다고 했다. 앵그리버드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인간도 짐승도 새끼를 낳고 그 약해진 몸으로 날이 서서 새끼를 지키는 것은 참 비슷한 것 같다. 그런 어미들의 날 선 태도를 볼 때마다 그 시절 내가 겪었던 감정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러니 너구리처럼 공격적이지 않은 동물도 그런 시기에는 충분히 공격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득 우이천 너구리 영상을 찾아보다 과연 130만 뷰 뉴스의 주인공 '우이천 너구리'는 자기가 유명해진 것을 알까 궁금해졌다. 알다마다 영상에서 너구리들이 자신을 찍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는 너구리 아니고 능구렁이가 된 지 오래였다. 분명히 너구리는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몰려들고 먹을 것을 주기 때문이다. 우이천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도봉구청 환경과에서는 반길 일이라고 했다. 나 역시도 우이천은 참 다양한 생태계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일까 근처에 점차 맛집들이 늘어난다. 종종 아이들과 함께 우이천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산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곳에 사는 야생 동물들을 그저 구경하고, 이들을 연예인처럼 대접해주는 것을 넘어서 좀 더 너구리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인간이 먹던 음식들을 계속 받아먹는 너구리들이 건강할 리가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 동물 관찰기를 쓰면서 나는 처음 이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단순히 '동물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출발에서 벗어나 나와 동물의 관계가 어떤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잘 모르겠는 동물권이라는 단어로 생각을 가두지 않고, 내가 눈을 맞추고 우리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게 되었다. 이들은 때때로 로드킬을 당하고 있고, 인간이 남긴 음식을 훔쳐먹거나 얻어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도시 동물들에게 이 도시는 과연 어떤 풍경일까.


동물들에게 서울은 그 어떤 지옥보다, 더 잔혹한 곳일 수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잠시 키워지다 어딘가에 버려졌거나 혹은 야생에서 겨우 생존하던 엄마에게 태어난 너구리 아이들은 한국 전쟁 중 길에서 태어났던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동물에게 지나치게 과몰입을 해서 사람보다 동물을 우선할 수는 없겠지만. 길에서 차에 치여 죽는 동물들의 피와 내장을 보면서... 실눈을 뜨고 어쩔 수 없잖아 하면서 차를 돌려 지나가버리기에는 그 잔산이 계속 마음을 괴롭힌다. 이건 아니지 않냐고 마음이 묻는다.


우이천 너구리 뉴스를 아이들과 보다가 첫째 8살 평화가 말했다.


"엄마 오늘은 우이천으로 너구리를 보러 가요."

"그럴까? 좀 추운데?"

"너구리 보고 싶단 말이에요."

"너구리가 널 물 수도 있어."

그러자 더 어린 5살 둘째 영화가 떨며 말한다.

"아 너구리 무서워 싫어."

그 말에 나는 영화를 달래며 등을 토닥여 준다.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평화가 우이천은 다음에 가보자. 혹시 알아? 만날지도? 엄마도 만나보고 싶어."


우이천의 너구리들이 찾아온 것을 동네 사람들은 재밌어하는 것 같다. 우리 동네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를 묶는 네이버 카페 '강봉원'에는 우이천 너구리들에 대한 소식들이 종종 올라온다. 너구리들이 잘 살고 있을까. 요즘은 사고를 치지 않는지 너구리들의 소식도, 민원도 잠잠하다.


너구리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너구리들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도시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이천은 강북구와 도봉구의 경계선에 있어서 관할지역의 구분이 살짝 애매하다. 그 애매한 행정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도시 생태를 복원하는데 많은 분들이 연구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https://tv.naver.com/v/2760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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