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에세이를 부탁해 주제 '길'
언제나 나는 중국집에 들어가서 자장면을 시킨다. 한 번도 짬뽕을 시킨 적이 없다. 심지어 짬짜면 조차도 시킨 적이 없다. 짬뽕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짬뽕 국물이 서비스로 조금 나온다면, 그것이 가장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 한다. 혼자일 때는 자장면만 시킨다면, 둘일 때는 자장면과 짬뽕, 셋일 때는 자장면과 짬뽕과 탕수육을 시킨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종종 의문이 생기는 편이다. '이게 맞을까?'라고. 그런데... 살아보니 내가 골랐던 수 많은 선택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선택 자체가 나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마주한 작은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던 찰나의 결정에는 나의 수많은 기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선택하기 이전부터 때때로 자장면을 먹고 싶었고, 짬뽕을 원한 적이 없었다.
고백하자면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오래동안 했던 후회는 아마도 결혼일 것 같다. 결혼생활에서 생긴 문제를 모두 남편에게서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과 불행마저도 때때로 그의 어떤 점에서 원인을 찾아왔다. 비겁하게도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런 못난 시간을 지나고 보니 나의 그런 태도가 가장 큰 내 불행의 원인이었다. 그를 탓할 시간에, 내가 더 나아질 방법을 찾았더라면 좀더 길을 잃지 않고 나로 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의 결혼은 오로지 나만의 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결정이 아닌 일로 어떤 새로운 인생으로 내 던져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충분히 숙고하고 내가 납득할만한 시간을 가지고 결혼을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일종의 도망처럼 결혼을 선택했고, 그 이후에는 내가 감당해야하는 육아과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서 불평과 억울한 감정만 계속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긴 시간 후회를 반복하며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내가 가지 않은 길을 쳐다 보았다. 가지 않은 길을 보며 후회하는 일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올해로 결혼한지 9년차가 되고보니 그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컸고 남편과도 오랜 시간의 싸움 끝에 갈려 맞춘 레고 조각처럼 조금 편안해졌다. 그러자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내가 했던 질문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에서 그래도 '결혼을 해서 내가 얻은 행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따르는 두 아이 얻었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아이를 키우며 틈틈히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쌓은 글쓰기 이력들이 조금씩 계단을 올라간다. 그 자체로 기쁘고도 감사하다. 내가 결혼을 하고 만난 남편을 통해 사람을 배운다. 한 인간과 한 인간이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렇게 두 아이를 키우며 계속 협력해야하는 일을 해내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나를 성장시킨다.
나는 오래동안 후회했던 두 갈래 길에서 자장면을 먹었다. 다시 돌아가도 분명. 그를 만나 자장면을 먹고 결혼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