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나 요리사 팬이다. 그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인상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친구가 ‘사람들이 놓치고 사는 틈을 짚어주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서 작은 힌트를 얻었다. 요나 요리사는 그 당시 일반 식당이 아닌, 재료중심의 채소요리를 팝업식당을 운영하였고, 현재는 새로운 형태의 요리 사업과 늘 시도하고 있다. 그녀의 말 대로 ‘틈’에서 작업하고 있고, 나는 요나 요리사의 도전을 매우 존경하고 있다.
틈이라는 것은 메인에 끼지 못한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
남은 공간이다. 이 공간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이 원하지 않은 불법 노점이나, 흡연자들의 쉼터가 된다.
이들은 옥상과 건물 틈 사이에서, 메인으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서로 마음의 틈을 나누며, 서로 간의 틈을 좁힌다.
마음의 틈을 좁히는 일도 어떨 때는 좋지만 어떨 때는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공기가 통할 정도의 틈을 가지는 일이 결과적으로는, 계획된 도시를 보는 것처럼… 쾌적한 기분과 풍경을 준다.
우리 마음의 풍경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건물의 틈을 모아 사진을 찍는 일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모아서 보고 그 사진이 가진 황량한 느낌에 그만둔 적이 있었다. 자주 바뀌고 사라지는 재개발 지구가 많은 서울의 풍광을 모은 ‘서울수집 @seoul_soozip ‘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인스타에 검색하면 도시의 재개발 지구를 아카이빙 해놓았다. 이런 프로파간다적 접근과 달리.. 생각해 보면 나는 그저 서울 건물 틈에서 어떤 시적인 감상을 느낀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데… 어린 시절 내 아버지가 주택과 주택 사이 틈을, 남동생을 앞으로 안고 지나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좁은 틈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건널 수 있었지만, 그 틈은 3-4층 높이였다. 그 틈을 훌쩍 건너는 아버지의 대담함과 무모함, 남성다움을 보며 나는 두려움과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저게 된다고? 세상에!
그런 경험 때문에 건물 틈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다. 요즘에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틈을 생각해 보게 된다. 두 살 터울인 나의 친언니와 얼마 전 자기 동네에 문방구가 없어서 곤란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언니는 요즘 마흔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차라 무인문방구를 차려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함께 사업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아직 없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그것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는 재개발 지구로 매일매일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고 공공개발을 하려고 서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 사이에서 재개발 지구로 빠져나간 사람들 때문에 상권이 무너지면 사라지는 가게들이 있다. 그 사이에서도 꾸준히 살아남는 가성비의 가게들은 보면서 나는 문득 질문이 생겼다.
이 사람들은 건물주여서 버티는 것일까. 아니면, 열악한 상황에서도 운영이 될 정도로 가성비가 좋은 것일까. 가게가 사라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30대 후반이 되어 내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얻어진 것이다. 마치 ‘비누가 사라지는 속도’가 보이는 것처럼. 세상이 굴러가는 큰 시간 단위의 변화가 점점 보인다. 37킬로의 속도로. 순간에 집중하는 즐기는 아이들의 행복을 잃었다면, 그 자리에 어른은 긴 시간 동안 도시 전체의 변화를 경험을 통해 조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서 부동산과, 미용실과, 모텔과, 술집과, 고깃집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자주 사라지는 것은 체인점이 아닌 옷집과 치킨집, 분식집, 소형베이커리집, 소형공부방 등이다.
사업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가게가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프리랜서로 일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글쓰기 능력으로 강사로 수업을 하고, 일을 받아 글을 써서 글을 팔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의 한계들이 보이고 이를 극복하고 싶어서 고민한다.
나를 찾고 소비하는 이들에게서… 내가 찾아낼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접점이 무엇일까. 이것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면서도 내가 독보적일 수 있는 그 틈을 브랜딩 하는 방법이 무얼까. 굉장히 난해하고 어려운 포인트다.
이 틈을 비집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 경제위기 속, 나는 그런 생각에 잠겨 있다.
나는 모든 일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이를 고려하면서도
내린 결론은 매우 단순하게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들었을 때 단번에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하고 선명한 답. 그것이 무얼까.
기득권이 아닌 채로 시작하는 이들은
결국 기득권이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차별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용실과 부동산도 아니고, 체인점이 아닐 것이다.
내가 하려는 일도 결국 ‘틈’에 있고, 그 틈은 아무도 하지 않기에. 모 아니면 도 일 것이지만. 내게 의미가 있다면 1차적으로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찾아낸 새로운 틈에서 사람들과 만나 마음의 틈을 좁히는 글을 써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