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뜨개질을 하면서 처음부터 그게 어떤 가방으로 할지 계획하지 않는 편이다. 지금까지 뜨개질 책에서 보았던 도안들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고, 그 도안과 어울리는 색깔을 본능적으로 집어서 두 가지의 색을 섞으며 실을 뜨면 동그라미를 만든다.
그 색을 바라보고 편물의 탄탄함을 손끝으로 느끼며 튀어나온 실을 다른 매듭의 사이로 집어넣으며 한 코 한 코 촘촘하게 떠올린다.
색과 색이 실로 엮이면서 나온 패턴은 푸르고 달콤한 기운을 내뿜는다. 실 덩어리를 눈으로 가만히 실을 바라보며 쓰다듬는다. 한 번에 그 자리에서 완성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양까지 떠올렸으니 여기까지 떠야겠다 싶다. 그다음에는 제법 사랑스러운 털실조각을 이리 들고 저리 들고 이것을 사진으로 기록해두려고 했다.
하지만 찍으려고 여기저기 방 안에서 셔터를 눌러보았지만 어둑한 집안에서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우중충하기만 했다. 그러다 이 창가 자리에 오자 무언가 달라졌다.
바로 보이지 않는 빛이었다. 눈으로는 비슷하다고 느낀 감각과는 달리. 창가 자리 커튼을 걷고 쏟아지는 빛을 아래 털실을 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알겠다. 빛. 빛이었다. 순간 창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에 가슴이 훅하고 터진다.
털실과 바늘을 놓고 사진을 찍고 나서야 그동안 집이 어두웠다는 것을,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막연한 어두운 감정이 들 때, 그 심연에 빠져들어가기 전에 이런 작은 발견들을 기억하자.
밝은 창가로, 빛 쪽으로 걸어가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