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7 뜨개일기
살다 보면 누구나 막막하고 도저히 답이 없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 수준, 가족관계, 외모, 성격적인 한계 등.
다만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옮길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득이 되는 생각과 행동을 하기도 했다. 누가 뭐라든 나에게 일방적으로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스스로를 평가하고 인정해준다.
내가 들었던 아픈 말을 나의 필터로 재해석해서 나는 00 사람이야 라고 수없이 말해주며 걷는다. 그 말을 소화할 때까지. 그리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둔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서 그 의견에 동의하거나 흡수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뜨개질은 어쩌면 그런 다짐들을 나가서 걸을 수 없을 때 손가락으로 털실을 눌러하는 말이다. 내 발바닥 대신 손바닥을 누르며 해준다. 그러다 잘못 만들어진 부분은 후루룩 풀거나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다른 물건이 되도록 떠본다.
너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몰라, 무엇이 될 수 있어라고 털실을 보며 상상해준다. 결국에는 쓸모 있는 무엇이 되거나, 쓸모 있지 않은 무엇이 되어도 좋다. 그 시간 때문에 나를 뜨개질을 하게 된다.
우리는 다시 할 수 있다. 털실처럼 풀고 새로운 길로 걸어가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