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벌집을 발견했다.

20230721

by 심가연

우리 집에 내가 신혼 초에 이사 왔을 때 빈 벌집을 발견한 적 있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우리 집은 한동안 비어있어서, 그동안 사람이 없는 틈에 벌집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오래된 벌집은 다행히 비어있었다. 남편은 끌 게로 딱딱한 벌집을 박박 긁어서 없애주었다. 그 벌집의 흔적을 보며 나는 다시 벌이 집 주변을 돌아다닐 때바다 벌집을 다시 지으려고 하는지 걱정한 적이 있었다. 매번 주시해서 보았지만 벌들은 이제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라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벌집을 다시 짓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오패산 근처라서 자주 커다란 벌들이 출몰했다. 나는 어릴 때 벌에 물린 경험이 있었는데, 그다지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흐릿해진 기억이지만 벌에 쏘였을 때에도 따끔할 뿐 큰 부작용이 없었다. 어쨌든 위험할 수 있다고 하니 벌이 옆에 있을 때는 공손하게 손을 모으며 지나갔다.


신혼일 때는 세탁기에 앉아있던 벌에게 제대로 쏘인 적이 있었는데 세탁기의 쇠못에 배가 찔린 줄 알았다. 이불을 넣느라 세탁기에 배를 대보니, 벌이 놀라 꼬리에 있는 침을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당시에는 꽤나 놀랐고 집안 마당까지 들어오는 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벌레 없이 사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할 수 없는 일에는 그런 식으로 천천히 마음을 쓰지 않고 있다.


삼일 전부터 아이들의 등원을 하는데 장마철에 굶주려서일까 사나워진 벌들이 붕붕 날갯짓을 했다. 내가 사는 우리 주택가는 긴 골목길 안에 있다. 길가를 따라 어르신들이 많은 편이라 길의자를 놓고 햇빛을 쬐시는 편이다. 한데 어르신들의 발치에 죽은 거대한 벌들이 툭툭 떨어져 있었다. 어르신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나는 더럭 겁이 났다. 도대체 어디에 벌집이 있는 걸까? 한참을 쳐다보다 보니 벌들이 들어가는 곳을 발견했다. 한 반지하 슬레이트 지붕 아래 비를 피하면서도 행인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 위치한 아늑한 곳이었다.

건물의 삼면이 마주하는 코너의 끝에 자리 잡은 벌들은 벌집을 위세를 뽐내며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징그럽기보다는 공포심이 더욱 컸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다가 이 벌집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아찔했다.


이 벌집을 발견한 다음날 아침, 열 시에 맞춰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119에 전화를 했다. 우리 동네 119 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들은 5-10분 안에 신속하게 도착했다. 이렇게나 빠르게 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놀라운지.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신고자인 나는 구급대원의 전화를 받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튀어나왔다. 주황색 옷을 입은 구급대원 3인이 모기약 통을 흔들면서 길가에 있던 의자에 앉아있던 할머니와 내게 벌집을 없애는 동안 위험할 수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나는 허리 굽혀 인사를 드리고 후다닥 집으로 들어갔다.


언제 벌집을 다 해체하실지 알 수 없어서 그 이후에 따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벌집이 잘 제거가 되었는지 점심이 지나고 확인하러 가보니, 바닥에 죽은 벌들 몇 마리가 뒹굴고 있었다. 벌집이 95프로 이상 사라진 자리에 아쉬운 듯 붙어있는 벌도 있었다. 이 벌집도 다시 커지지 않는지 계속 체크해 볼 일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자연이란,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다.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거나, 도시에 어울리지 않아 배척되어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즉, 불청객이거나 애완동물, 반려식물의 형태로만 존재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나치게 관리되어 사람이 원하는 만큼만 자라고 그렇지 않을 때는 수시로 잘려야 하는 가로수 같은 신세였다. 그런 자연의 위치가 도시에서는 매우 당연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느 순간 그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가 인간을 위해서만 정비되고, 관리되는 것이 정말 인간에게 이롭고 옳은 일일까?

기후 위기로 인류가 곧 멸망할 거라는 경고를 받은 지금에서야 이런 질문을 한다. 내가 살고 싶어서. 답 없는 질문들을 곱씹어 본다.


도대체 인간은, 도시는, 어찌해야 하는가?

내가 사는 이 공간에서 나는 지금껏 살아가며 동물과 식물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지내야 할지를 고민하는 여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내가 살고 싶어서 새삼스럽게 이들을 다시금 관찰하고 기록해보려 한다.


서울이라는 초고밀도성장 도시 중 내가 사는 강북구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동물들이 과연 살 자리는 있긴 할까? 도시에 기생하듯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는 동물들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외면해 왔고 외면하고 싶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동물과 곤충들의 자리를 선점해 버렸는데 과연 그 자리들을 어떻게 다시 돌려줄 수 있는까?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할까?


지금, 이 도시에서 기후위기로 죽기 전에 의미 있는 몸부림을 위해 다시 외면했던 동물들을 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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