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부터 우리 골목길에 한 고양이가 나타났다. 까만 무늬얼굴을 한 무뚝뚝한 녀석이었는데, 골목대장 할머니 눈에 들어서 동네 초입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한 고양이가 자리를 잡자, 동네 똥폭탄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이 아끼는 화분마다 고양이가 똥을 싸서, 똥파리들이 우글우글 꼬이고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할머니들은 쇠꼬챙이부터 네트바구니를 거꾸로 뒤집어 화분마다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고양이는 화장실을 찾아 한 칸 한 칸 옆집으로 이동했고, 결국 우리 집까지 화장실을 찾으러 오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집 문 앞과 마당까지 와서 똥을 싸게 된 것이다. 여보라는 듯이 우리 집 마당에 싼 똥을 보며, 어떤 고양이의 앙심을 직감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며칠 전 초등학생인 4학년 첫째 아이와 1학년 둘째 아이가 골목길 입구 서부터 까만 무늬 고양이를 추격했다는 것이다. 그 일이 있고부터 시작된 똥복수로 아침마다 화분부터 마당까지 하루 이틀 걸러서 폭탄이 투하되었다. 이를 도대체 어쩌지… 분명히 새벽에 글을 쓰고 거실로 가기 위해 우리 집 마당 문을 열었는데 뭉근… 하고 마당에 고양이가 투하된 똥을 밟기까지 했다.
우리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애들한테 까만 무늬 고양이를 절대 괴롭히지 말고 추격하지 말라고 했다. 그 뒤로 나도 좁은 골목길 까만 무늬 고양이를 마주하고 옆으로 살살 피해 갔다. 제발 살려줘! 똥냄새 못 참겠다고.
바퀴벌레까지는 어떻게 잡겠지만. 고양이 똥만은 절대로 치우고 싶지 않아서 남편에게 미루고 미루었다. 남편은 아침마다 똥을 치우면서 내 이 놈의 고양이 혼줄을 내겠다고 벼르고 별렀다. 단판을 지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놈을 아주 죽여서라도 내가 우리 집 아침마다 똥 치우는 꼴을 못 보게 하겠다고 했다. 남편이 정말로 고양이를 다치게 할까 봐. 일 치를까 봐. 노시초사하고 말려보았는데… 어느 날 밤인가.
늦은 밤에 야근하고 퇴근해서 들어오던 남편이 한동안 집 앞에서 한 고양이를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까만 무늬 고양이가 아니라, 골목길 안쪽에 사는 갈색점박이였는데, 우리 집에서 내놓은 생선 비닐봉지를 쑤시며 뒤지고 있었다. 집 앞에 분리수거해 놓은 비닐이 사방으로 흩어져 어질러져 있었다. 남편은 한참 그 비닐을 들고는.
“하지 마. 응? 하지 마?”
협박인지, 사정인지, 말도 못 알아들을 고양이에게 떠들었다. 그러자 갈색점박이 고양이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듯이 남편에게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절을 하듯이 빌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남편은 고양이에게 화를 내고 투정을 하다가 그만… 마음이 녹아버리고 말았다.
고양이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다면서, 그 고양이 행동을 내 앞에서 몇 번이고 흉내를 내더니. 집안에 있던 냉장고를 뒤져서 소시지를 들고나갔다. 고양이는 화를 내던 남편이 들고 온 음식이 수상스러워서 소시지를 들고 얼른 뛰어가서 숨어서 먹거나, 남편이 떠나고 나서야 안심하고 소시지를 처음에는 먹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이 고양이와 남편은 매일 소시지 두세 개씩 주더니 어느 날에는 편의점에서 아예 육포를 사서는 cctv에 고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도 남편을 기다리며 열린 우리 집 문 앞으로 들여다보고는 했다. 그때 고양이 눈동자를 보며 나는 깜짝 놀랐다. 동공이 한껏 커진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그때 나는 처음 보았다. 집사들은 이런 눈을 보았던 것이구나.
고양이는 우리 골목길 할머니들을 다 녹이고 고양이밥 사료 행렬을 만들더니, 결국은 남편까지 길들이고야 말았다. 남편은 이렇게 밥을 주면 우리 집 앞에는 똥을 사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며칠 후 또 우리 집 앞에 똥을 쌌다. 남편은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예전만큼 화가 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화분에 싼 고양이는 갈색점박이의 새끼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 그래 아기 고양이면 아직 모를 수 있어.‘’
라고 수긍하기까지 했다. 남편의 감정변화의 온도차를 보며 그저 웃길 뿐이었다. 내 집 앞에 감히 똥을 싸던 괘씸한 고양이를 죽이겠다던 남편은, 고양이 절 한 번에 저녁에는 육포를 갖다 바치고, 아침에는 고양이 똥을 치우는 집사가 되었다. 약간의 정신승리로 그는 자신의 패배를 합리화하기에 이르렀다.
‘’ 어쨌든. 우리가 집에서 키우지도 않아도 되고, 이렇게 고양이랑 저녁마다 놀 수 있어서 너무 재밌어. 그렇지?‘’
나는 남편이 기분이 좋다면 그저 다행일 뿐이다. 먹이를 주는 것도 똥을 치우는 것도 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