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물건이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역할이란 제 때 약속을 지키고,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게는 쓸모 있는 물건과 쓸모없는 물건이 있다. 쓸모없는 물건도 언젠가는 쓰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며 제대로 쓰는 물건들을 골라내는 일을 요즘하고 있다. 그 정리를 통해 좋은 것을 선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매거진은 내가 계속 쓰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내가 쓰지 않게 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쓰는 이야기이다.
쓰는 물건은 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자리에 있다. 매일 사용하는 고무줄 머리끈처럼 팔목에 있다. 그런 물건들이야 말로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새로운 물건들을 찾아 헤맨다. 사고 또 사고.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요즘 세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누구나 돈을 쓰며 살고 있다. 그 소비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도 누구나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소비는 내가 하고 싶은 창작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 엔진 역할을 해주는 물건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물감을 사고, 종이를 산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키보드를 사는 것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중복된 물건을 살 경우에는 반성하고 다시 샀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요즘이 그런 상태인 것 같다.
내가 소비한 물건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싶은 물건이 있다. 가격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물건들. 단순한 물건에 대한 후기가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한 시간만큼 쓰던 물건과 친구가 되어버려 소개하는 것이다.
"내 친구는 말이죠."
하나씩, 하나씩 나와 친구가 된 물건들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