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문화정보도서관 동아리 6월 '에세이를 부탁해' 가치 있는 것에 대하여
한참 오랫동안 나는 화가 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일에 불만이 많았고, 내 옆 사람들을 원망하고 미워했다.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라, 당시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십 대 내내 목표하던 꿈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아이 엄마가 되어 삶을 사는 것이 불만이었다. 양손에 두 아이만으로도 그 무게에 안고 날아오르지 못하는 선녀처럼, 아이도 남편도 모든 것이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을 때도 싶었다. 그 길 앞에서 주저하다가 울며 돌아오기는 반복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잘못된 길 앞에서 돌아오기를 잘했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통해 살아간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돌아와서 주저앉았던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 보았다. 집 청소를 하고, 요리를 정성껏 하고, 더 좋은 말을 나누고 깨끗한 옷을 입고, 머리를 제때 잘랐다. 여름에는 숲과 바다로, 겨울에는 공원을 산책하며 아무 말 없는 자연을 만나 내 못다 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돌아오기도 했다.
마음이 내려앉을 것 같던 시간이 지나가고, 그 시절을 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그저 캄캄했던 순간이 은은하게 반짝이며 나 혼자만의 훈장처럼 남아있었다. 누군가 그 어둠에 휩싸여 있는 것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괜찮냐고 물어볼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빛과 어둠을 드디어 갖추고 약간은 철든 척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왜 나만이라고 자꾸 억울해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왜 나에게만 그런 일이 오지 않는지 거꾸로 이제는 감사하게 된다. 사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예외 없이 불행은 닥칠 수 있다. 어떤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게 모두 나쁜 거였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내가 힘들 때 만난 사람들은 귀인이 되었다. 내가 갈급했기 때문에 만난 사람들이 더 귀하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외로울 때 내 소리를 들어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들어하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구했던 이야기들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언제든 사람과, 그 사람의 이야기, 그 사람의 세계를 만나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한 시절 뜨거웠던 여름, 촉촉한 비가 내리는 이야기로 순간순간 달아오르는 열을 식히며 꽃을 피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