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드 개코 양육기
내가 마코를 만난 것은 5월 18일 현대백화점 행사장이었다. 마코는 파충류 판매업체 롤링크레에서 파는 이십 개 남짓의 플라스틱 통 안에 담겨 있었다. 나는 마코를 사는 일이 두려웠다. 잘 키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평화가 호기심에 산 동물을 내가 맡아서 키우고, 그 동물과 정이 들고 그 동물이 죽는 과정을 보는 것이 반복되어서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충류라니, 파충류는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다소 소름 돋는 외모 때문에 더욱 주저했다. 평화는 1학년 때부터 도마뱀을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4학년이 된 상황이었다. 평화는 엄마가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는데, 사실 도마뱀의 가격이 5만 원쯤 되자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아이의 생일선물로 주는 돈이 5만 원이었다. 이런 절묘한 우연이! 게다가 친언니가 집에서 이미 도마뱀을 키우고 있었다. 언니네 가서 구경한 도마뱀 고추는 혀를 날름거리며 맛있게 슈퍼푸드를 핥아먹었다. 그때 그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먹는 모습이 꽤 귀엽네라고 생각했었다. 결국 나는 평화가 도마뱀을 사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마코를 키우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역시 내가 마코를 잘 못 키워서 죽일까 봐였다. 마코를 품에 안고 지하철 세 정가장을 지나 타란센터를 방문했다. 케이지가 흔들릴까 봐 온몸으로 안고 천을 둘러서 흡사 신생아처럼 데리고 갔다. 타란센터는 신기한 곳이었다. 주인장은 귀뚜라미가 가득 들어있는 박스를 보고 놀란 나를 보더니 능슥하게 발끝으로 슥슥 귀뚜라미 박스를 서랍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거미와 도마뱀이 그득한 그곳에서 주인장은 손가락을 벗어 아주 능숙하게 마코를 쓰다듬었다. 주인장은 마코가 아주 건강하고 예쁘다고 칭찬했다. 나는 어린이집이나 소아과 원장님처럼 주인장을 보며 두 손을 모았다. 정말요! 마코에게 필요한 영양제를 구입하고 두 손으로 안고 돌아왔다. 마코는 칼슘과 과일가루를 슈퍼푸드에 섞어서 이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이쑤시개로 덜어 먹고 있다.
이제 마코와 같이 살기 시작한 지는 한 달 반 정도가 되었다. 마코의 똥을 치우는 일은 익숙한 일이고, 똥이 질거나 오줌이 이상하면 사진을 찍어 파충류를 사랑하는 모임에 검색해 보거나, 문의를 할 정도로 진지하게 마코를 돌보고 있다. 마코는 알까? 이런 내 마음을. 결국 또 도마뱀을 산 평화보다 내가 더 마코에게 몰입하고야 말았다.
나는 마코가 너무 예뻐서.. 아침저녁마다 분무를 해주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코가 잘 있는지 사육장을 들여다본다. 밝은 낮에는 동공이 작아진 마코, 한밤에 급습해서 보는 마코는 커다란 동공을 뜨고 야생성이라 혼자 신나게 사육장을 놀고 있다.
잘 잤어? 마코?
나는 언제나 마코사육장 위에 덮은 손수건을 살짝 들추며 마코에게 안부를 묻는다. 마코는 가끔씩 우리가 너무 시끄러우면 스트레스를 받는지 사육장 가장 아래틈에 완전히 숨는다. 보통은 월수금 밥을 먹기 전이 가장 예민하고 까칠하다. 슈퍼푸드를 먹은 날에는 조금 긴장이 풀린 듯 사육장 위에 몸을 누이고 있다.
얼마 전 마코와 조금은 친해졌다고 느낄 만한 사건이 있었다. 마코가 사육장을 평화가 청소하는 사이 내가 손가락에 올리고 핸들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턱을 늘어트리며 나에게 완전히 기대는 게 아닌가. 나를 신뢰하고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손등에 완전히 누운 마코의 모습을 보며 심장이 뛰었다. 내 착각일까. 마코는 나를 정말 알아보는 걸까. 그렇든 그렇지 않든.. 나는 마코라는 도마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마코만 있으면 충분한데 평화는 가끔 무서운 약속을 마코에게 한다. 말 잘 들으면 용돈을 모아서 여자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평화 옆에서 그 말을 들으며, 마코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이 무섭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코에게는 너무나 좋은 일일 것 같아서 갈등이 된다. 마코야. 넌 어때?
마코가 짝짓기를 하고 암컷이 알을 낳고. 그러고 나서 도마뱀이 또 부화를 하고. 나는 그런 일을 아직 감당할 준비가 안 되었다. 평화가 더 일을 벌이기 전에 용돈을 모으지 못하게 훼방을 계속 놓아야겠다. 현재는 그저 마코와 15년을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다. 마코야, 건강하고 재밌게 같이 지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