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X뜨개질수다X신세한탄
평화의 몸무게는 9.1kg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몇개월이냐고 물어보고선 식겁한다. 어떻게 보면 정상이라는 범주 바깥으로 나가면 모두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서 공격대상이 되는 것 같다. 조카 수현이는 상대 아이들보다 말라서 지적을 받고 평화는 뚱뚱하고 우량하다고 지적을 받는다. 어떻게 해도 결국은 엄마 책임이라는 것.
아이에게 문제를 발견하면 엄마 탓을 하고, 엄마도 엄마 탓을 한다. 그래서 육아는 끝이 없고 한심스럽게 힘이 든다. 언니의 비유대로 24시간 사장님이 옆에 있는 셈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무척이나 잉여롭게 생활을 해서일까 더욱 이 생활이 힘겹기만 하다.
육아일기라는 건 어떤 이야기를 써야하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 결국은 엄마이지만 나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어떻게 해도 자꾸만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면서 사라져가는 나 자신을 기억하고 적어 놓아야할 것 같다.
육아일기를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점차로 내 자신이 글쓰기를 잊어가고 독서도 모든 것도 잊어가고 오로지 집안 가사일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 그 외의 자투리시간에는 시름을 잊기 위해 뜨개질만 몰입하면서 온 집안을 털실로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는데, 나의 경우는 모든 일들이 내 마음에 달렸다. 아무리 어른이 되었다고 냉철해지려고 해도 서른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마음으로 결정한다. 물건을 사는 것도, 어떤 일을 하는 것도 결정하는데 그만큼 힘들고 비이성적이다. 그래서 남편과 말다툼을 하더라도 나는 화를 냈던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감정은 한 덩어리여서 그 실마리나 이유들이 전부 뭉쳐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저 녹아 없어져 버리는 감정에 휩쓸리며 살고 있을 뿐이다. 다툰 후 금세 나는 감정이 날아가면 사과한다. 싸우고 화난 이유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
육아일기를 쓰자 싶지만 결국은 기승전 나이다. 모든 이야기는 내 중심, 아이도 내 맘대로 키운다. 요새 평화와 나의 일상은 언제나 똑같다. 평화는 오후 7시쯤이면 눈을 비비면서 짜증을 낸다. 종종 스스륵 자버릴 때도 있고 자지도 않고 짜증만 내면서 끙끙거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어르고 달래다 나도 지쳐 나가 떨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평화가 순한 편이라 대개는 잘 놀아주면 알아서 금방 잠든다.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보다는 아기띠라도 하고 나가서 콧바람을 쐬어주면 잘 잔다.
오늘은 평화랑 서점에 갔다가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비가 와서 눅눅한데 껴입은 채로 평화를 안아 아기띠까지하자 후드티 안이 땀으로 푹 젖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사실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같은 여자였지만 엄마의 삶에 얼마나 무관심했으면 이토록 몰랐을까. 내가 아이를 안고 다니기 전까지 아이가 얼마나 무거운지 몰랐다. 단지 앞으로 가방을 맨 거 아닐까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애 안고 바지에 실수할 정도로 버거울 지경이다. 왜 아무도 이런 구질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았던 거야!
이제는 누구보다 내가 먼저 아이 엄마들이 지나가면 문을 잡아주고 양보해준다. 동병상련. 사자성어나 속담은 왜 이리 진리인가. 하루 중 평화가 곤히 잘 때 혹은 나를 알아보는 듯 밝게 웃어줄 때만 잠시 행복이 스친다. 그 힘으로 또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