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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Jun 09. 2022

요가 수업 1일차

168cm, 69kg


나는 체지방 부자다. 자전거를 타면 허벅지와  온몸의 살들이 오소소 떨린다. 선천적으로 두부재질의 몸을 타고나 한번도 턱걸이를 해보지 못했다. 턱걸이 0. 순간적으로 떨어져 나가 힘없이 매달리는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런 나와는 달리, 언니는  운동신경이 좋았다. 학원만 가면 선수 제안을 받았다. 수영학원에 가면 수영 선수를, 대학교에서 골프수업을 듣자 준골프선수급이라며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언니는 체육 내신잠수와 실기점수 올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체육과목 전교 1등으로 당당히 졸업했다.


그런 언니를 보며 ... 운동은 타고난 것이 반이구나, 반 포기 상태로 나는 그렇게 담을 쌓았다. 그 흔한 헬스장도 한번 끊어본 적이 없었다. 산책과 자전거만이 유일한 운동이었다.


이제는 거의 십년 전의 일이다. 언니는 회사 근처로 헬스장을 끊었다면, 동네 백수로 어슬렁 거리던 내게 동네 헬스장 회원권을 넘겼다. 환불하는 기간도 지나 아까우니 너라도 가보라고 했다.


''공짜라면. 공짜니까.''

라는 마음으로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헬스장을 찾았다. 분명히 헬스장에서 근육질이 뿜뿜인 미남들이 아령을 들고 있을 거야. 계단을 오를 때마다 웃통을 벗는 근육맨들의 포스터가 웃고 있었다.


도착해보니 그냥 동네 아저씨들이 아령을 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약간은 지저분한 헬스장을 둘러보며 실망하는 사이, 요가 클래스가 저녁마다 열리고 있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요가라면 제법 그럴싸해보였다. 명상을 하며 멋지게 스트레칭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낭만적이었다.


클래스에 참여해보니 요가 선생님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클래머스한 가슴에, 날씬하고 잘 빠진 다리, 청순한 얼굴. 그런 완벽한 그녀가 요가 동작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며 비지땀을 흘리고 몸을 꼬았다. 다정하게 다가와서 나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다른 회원에게도 떠나는 그녀를 보며 여자인 나도 살짝 설레었다. 어느 날엔가는 요가선생님과 함께 샤워실에서 만날 때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뭐야 너무 아름답잖아! 그렇게 요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운동을 마친 후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향긋하고 달콤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낳고, 그 때 배운 요가동작들을 때때로 불끈 저녁 양 옆에 누운 아이들을 피해 하나씩 해보았다. 내 몸은 여전히 이정도는 구부러지는구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정수리를 바닥에 두들겨주고, 고양이 자세를 하며 엉덩이 꼬리뼈를 하늘까지 치켜 세웠다. 그런 엄마를 보던 아이들도 곧잘 요가를 따라하며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더이상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드는 것이 힘들어졌다. 하루종일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체중이 늘자, 몸이 더이상 들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체중이 70킬로가 넘어가면서부터다. 종종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텅빈 기분이 되었다. 밤을 새면서 글을 쓰다보면 오한이 들어서 이불을 싸매고 타자기를 두들기는 날도 많아졌다.


건강을 잃으면서 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살려고 하는 일은 아닌데 라는 마음에 하던 일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일정이 끝난 일은 더이상 연장하지 않거나, 더이상 일을 늘리기 위한 기획서나 신청을 멈췄다.


모든 것을 멈추고, 시작한 것은 운동이었다. 예전에 언니가 내게 우연히 알려준 요가를 동네 스포츠센터를 찾아가 끊었다. 한 달에 4만원 월요일 수요일 오전마다 한시간씩 몸을 비틀기로 했다.


동네 스포츠센터에는 아침마다 수영을 하는 할머니와 객년기를 이기려는 중년의 여성들이 모여 매트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요가 선생님의 동작을 보며 우리들은 왠지 끙끙 거리며 자세를 취했다. 요가 선생님은 하나 둘 하나 둘을 외치고 우리는 훕훕 거린다. 요가를 하면서 시계를 몇번을 봤는지 왜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건지 시계를 보며 스스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여전히 나도 요가 선생님처럼 아름다워지고 싶다. 요가를 해서 예뻐진 걸까 예뻐서 요가 선생님을 하는 걸일까. 남편은 예뻐서가 먼저일 거라 했다. 그런 걸까. 그래도 나는 요가를 하면서 예뻐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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