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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Jun 20. 2022

요가 수업 4일차 배에 힘주는 법이 기억났다!

168cm, 69.7kg


구름 낀 하늘에 눅눅한 날씨. 빨래는 마르지 않고. 우울하더니 오늘은 점점 해가 쨍쨍 났다. 언니가 간밤에 있었던 부부싸움으로 속이 터진다며 전화가 와서 이어폰을 끼고 언니의 하소연을 들으며 체육관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계속 언니의 말과 나의 말을 수화기를 타고 파도처럼 출렁인다. 그저 서로의 말들을 쏟아내며 그 감정을 주고받을수록 우리 안의 어떤 감정들이 작아지는 기분이다.


언니와 대화를 나누며 걷는 산책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예전부터 언니와 학교 운동장을 걸으며 취업고민을 나누었고, 이제는 육아 고민, 부부 고민, 고부갈등을 함께 풀어내며 서로 편도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며 나아갔다. 소중하고 귀한 언니. 어릴 때는 운동신경도 좋고 힘도 센 언니에게 꽤나 맞기도 했지만 이제는 언니가 없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다.


오패산로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는 나의 핑크색 크록스 신발은 꾸룩 꾸룩 소리를 내며 열심히 움직인다. 도착하고 보니 10시 4분, 문을 열고 보니 이미 체육복을 입은 여인들의 스트레칭이 시작되었다. 맨 앞에서 구령을 외치며 하나, 둘을 외치는 요가 선생님의 동작 지시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몸을 트는 사람들, 빈자리를 찾아 다이소에서 산 보라색 요가매트를 뜨개질로 뜬 요가 가방에서 빼내서 두두룩 편다. 비치된 요가매트는 왠지 찜찜하니 나는 요가매트를 가지고 다닌다.


일주일에 두번 오전 10-11시.


이 시간은 온전히 나의 몸과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다. 예전에는 몰랐다. 운동을 하는 것이 이렇게 내 기분에 중요한지. 내가 우울한 것이 다른 누군가의 까칠함 탓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어떤 상황도 나에게 다르게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점점 남 탓도 내 탓도 줄어든다. 내 감정은 내 꺼. 내가 책임지자!


첫날은 정말 배에 어떻게 힘을 주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히 나 혼자도 곧잘 요가를 했었지만, 요가 수업 시간에서 하는 요가는 어떤 강제성이 주는 힘이 있다. 최소한 옆에서 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와 중년 아주머니들보단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정도는,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규 발악 하면서 더 자세를 정확하게 취해본다.


선생님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나직이 말해주신다.


"옆사람을 보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하세요. "


그렇지만 동작 전환이 빠르기에 아직은 능숙한 옆사람의 동작을 보는 것이 선생님의 지시를 내가 이해하는 속도보다 빠르니 어쩔 수 없다. 힐끔힐끔하게 된다. 요가복을 잘 갖춰 입은 사람일수록 날씬하고 탄탄한 근육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몸과 자세를 보며 내 동작과 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아직 이 요가 교실이 어색하다. 땀도 예전보다 잘 나고, 배에 힘도 잘 들어가고 근육도 덜 당긴다. 근육이 좀 더 당기도록 수요일에는 더 몰아붙여봐야지. 요가도 하고, 저기 옆 교실에서 하는 수영도 해보고 싶고 필라테스도 하고 싶고... 선생님처럼 요가 자격증도 가지고 싶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열심히 몸을 꼬아보다 털썩! 들고 있던 머리통을 떨군다.


우선! 이거나! 잘해보자! 헉헉!


집에 와서 김밥에 떡볶이를 먹었다. 식단 조절도 공부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먹을 것을 안 바꾸니 살이 안 빠진다.  

오늘도 몸과 마음에 평화를.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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