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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Jun 29. 2022

[한 달째 요가] 먹는 음식을 바꾸다.

168cm, 68.9kg

6월부터 시작한 요가 수업은 일주일에 2번뿐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빠지면서 대략 6번 참석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 40분 정도의 스트레칭인데 그 짧은 시간이 모이면서 조금씩 생활도 바뀌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습관적으로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나 동네 분식점에서 파는 떡볶이나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기 일 수였다. 운동을 시작하고도 먹던 음식을 바로 바꾸지는 않았다. 몸을 움직인 덕에 입맛이 좋아지고 체력과 기분이 올라갔을 뿐 체중이 내려가지 않았다. 열심히 체중계에 올라갔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는 체중을 줄일 수 없겠구나.'

 6월 중반부터는 먹는 음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운동만으로는 건강이 좋아지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나의 목표는 건강한 체력을 길러서 나라는 사람의 배터리를 늘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로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해내어 보다 행복해지고 싶다.


 이 목표의 첫 번째 단계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단계는 먹는 음식을 바꾸는 것 같다. 이 변화 또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마트에서 장을 볼 때부터 자잘한 시험이 시작된다. 앞으로 내가 할 요리, 집에 있는 냉장고의 재료들을 파악하고, 나머지 필요한 재료들은 냉장고에 붙은 포스트잇에 하나씩 기억날 때마다 적어 두었다가, 아이들이 도착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이 재료를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놔야 한다. 전에는 이런 시간을 아껴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인스턴트나 외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주문 버튼을 누르면 금세 도착하는 피자와 햄버거는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양꼬치, 곱창 가게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나오면 설거지도 없고 요리하는 시간도 아낄 수 있으니 점점 외식을 돌려 먹는 테이블라인이 짜 있었다. 이 편리함이 마약처럼 나를 자주 옳아맸다. 그렇게 생각 없이 편한 선택을 하다 보니 점점 하루가 다르게 몸이 망가지고, 외식을 하고 온 날이면 아이들과 밤새 입이 짜서 물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서 하는 고생 같았다. 점점 내가 사 먹는 음식을 믿을 수 없어졌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이 음식을 먹고 나면 목이 마르고, 소화가 안 되지?'


사실 식당에는 내가 이 음식을 먹고, 돈을 내고 나가는 순간까지만 이 음식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 이 음식이 내 입에 맛있고, 보기 좋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 음식이 내 위로 내려가서 소화가 얼마나 잘 되는지, 그 합성첨가물과 수많은 성분들이 내 몸에 흡수되어서 쌓이고, 어떤 병이 생기는지는 전혀 관심도 책임도 없다. 다섯 살인 내 딸 영화의 엉덩이에는 오랫동안 낳지 않고 계속 덧나는 알레르기 피부염이 있다. 고질적으로 딱지가 생긴 엉덩이를 밤마다 긁느라 잠을 설친다.



둘째 영화는 첫째 평화보다 먹거리에 신경을 잘 쓰지 못했다. 태생적으로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지만 평화보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영화에게 나는 엄마로서 좋은 식습관을 알려주지 못한 것에 미안할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어린이집에서 '부모교육'의 일환으로 요리수업을 알려 주었다. 동북 4구 공공급식센터는 한살림과 행복중심 생협에서 조직한 비영리단체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공공급식시설과 생산농가들과 직접 계약을 해서 운영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3개월간 진행되는 '같이 하계 요리수업'을 무료로 듣고 있다. 영화가 다니는 강북구의 어린이집에서는 부여 지방에서 자란 식재료를 먹고 있다고 한다. 공공급식센터에서 2주마다 한 번씩 만나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배워 보는데, 살면서 요리 수업을 해본 적이 처음이라 맨 처음에는 낯설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요리 재료를 만지작 거리는 일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요리 수업이 열리면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참여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영화와 함께 국내산 밀로 된 식빵으로 샌드위치 롤을 만드는 수업에도 참여했다. 밀가루 안에 '밀알'씨를 찾는 놀이부터, '밀'가루에 비트를 끓인 물을 섞어 직접 반죽하게 시켜보기도 했다. 직접 식빵을 밀대로 밀어보는 일도 영화가 직접 하자 너무나 좋아했다. 내가 보기에는 별 거 아닌 일들이 영화에게는 얼마나 특별하고 신기한지, 알면 별 거 아니었던 놀이도 영화에게는 특별한 일이었다는 것을 배운 요리수업이었다. 멀리서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장난감으로 요리 흉내를 내던 영화에게 앞으로는 나의 주방도 좀 더 내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살아가면서 자주 눈물이 나고, 마음이 가라앉는다면... 거울을 보며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묻는 일이 많아진다면,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내 몸에 좋은 일을 하라고 하고 싶다. 운동을 하고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바꾸면서 내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 '몸'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 '몸'을 데리고 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책임들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로 내 아이들과 남편을 데리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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