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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Jun 11. 2020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나는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켠 다음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비행기에서 책을 읽은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 50분 동안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독서에 몰입한 내가 자랑스럽다. 가슴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와 온몸으로 번져간다. 돋보기를 접어 넣으며 생각한다. 그래, 이게 나야, 그런데 이런 행복한 느낌이 얼마 만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 십 년, 늘 잠이 부족했다. 출장을 가느라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잠시 신문을  읽다가 쪽잠을 자곤 했다. 책을 읽은 적은 거의 없었다  - 프롤로그 중-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것은 독립한 인격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 도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롤로그 중-


비행기에서 잡념 없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 그 순간 '그래 이게 나야'라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 깨달은 대로 살 수 있는 사람. 정계 은퇴 후 작가 유시민이 쓴 첫 책 '어떻게 살 것인가(2013)'의 서문이다. 이전의 책들이  지식 전달이 목적이었다면 이 책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죽고 싶은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깊고 솔직하게 드러낸 유시민의 인생론이다. 유시민의 인생론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인생론, 누군가의 인생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굴곡 많은 정치인이었고, 경제를 전공했지만 스스로 역사학도, 문학도라고 말할 만큼 그 방면에 능통한 사람이다. 그뿐 아니라  예술과 철학 대중문화 등 전 방위적인 호기심과 지적 열의가 높은 사람,  의심과 공부와 반성과 실행이 한 몸인 사람, 존경과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사람, 아군만큼 적군도 많은 복잡한 사람이지만 글은 명료하고 생각은  열려있다. 경험과 지식과 지인과 가족 이야기에서  크라잉넛,  임플란트까지 아주 수다스러운 책이지만 삶과 죽음,  일과 놀이,  신념과 자유, 사랑, 연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정의 내려보고 싶었던 문제들에 대해  그토록  해박하고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답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과연 내게 맞는 삶인가? 내 삶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가? 계속 질문 하는 책이다.


상처 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 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 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 56쪽-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설계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산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 대해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싶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38쪽-


그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며 나답게, 품격 있게 살자!  인생론 전편에 품위, 품격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품격 있게 살다 가자! 나도 정녕 그렇게 살고 싶은데,  오늘도 순간을 참지 못하고  품위를  상실하고 유치의 극치를 살고 와, 남의 인생론 되새김질하고 있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생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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