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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Jun 18. 2020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바닷가 작은 마을  카마쿠라에서 살아가는  네 자매 이야기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5년  작품이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  집을 떠나고  상처 받은 엄마도 집을 떠난다. 자기들끼리 잘 자란 세 자매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아버지 장례식에 참여한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지 15년 만의 일이다. 그곳에서 이복동생과 처음 만나이복동생을  데리고 와 세 자매에서 네 자매로,  바닷가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부모의 부재때문에 일찍  철이 들어버린 첫째는 동생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성숙한 사람이지만 이율배반처럼  유부남을 사랑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외도, 엄마의 재혼, 이복자매, 막장이 될 수 있는 이야기는 결코 막장으로 흐르지 않는다.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그 안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자매들의 일상을 잔잔하고 풍성하게  보여준다. 때론 보통의 자매들처럼 투닥거리고, 때론 보통의 자매들과 다르게  아버지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간, 서로 다른 아픔을 이해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며  가족이 된다.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걸어도 걸어도) 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 영화엔 늘 상처와 결함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등장하지만  그것이 갈등을 심화하거나 문제를 확대하는 재료로 쓰이지 않는다. 잘잘못을 가려 도덕적으로 심판하지 않고  해결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는 상처와 결핍을 함한 채  살아가는  저마다의 일상을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이란 아프면 아픈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 모든 존재는 있는 그대로 아름고, 모든 삶은 살아갈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듯 하다. 결핍이나 상처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때로는 냉정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줄곧  따뜻하다.  죽은 아버지가 네 딸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고 그 딸을 축복하는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이 그대로 느껴진다.


"학교는 어때? 마음에 드는 애 없어?"
"아니, 그런 거 없어요"
"얼른 하나 만들어, 세상이 달라 보여"
"어떻게?"
"미치게 지겨운 일도  견딜 수 있게 돼"

- 바닷마을 다이어리  중 -


헐레벌떡 동생은  학교 가고 언니는 회사 가는 바쁜 아침 길, 작은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자매가 나누는 대화다. 조금 즉흥적으로 보이는 둘째 언니와 막내 이복동생이 가족으로서 아직  익숙해지기  전이다. 둘째 언니는 한창 사랑에 빠져 있다.  그 사랑은 곧 끝나버리지만, 이 대사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왜냐면 나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연애나 가족, 일, 책, 음악, 여행,  그것이 무엇이든 순간순간  몹시 사랑하는 것에 기대어 나머지 불완전한  삶을 견디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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