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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Jan 06. 2020

우리가 정말 망했을까

 

 



삼십 대에 이루지 못하면 앞으로도 가망 없다고 친구가 말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사랑을 완성한 나이가 서른셋,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크게 깨달은 나이가 서른다섯, 음악가도 시인도 모두 그렇다고,  이룰 수 있다면 서른 즈음이고 그게 아니라면 가망 없는 거라고 했다. 우리는 망했다고, 요절도 한참 늦었다고. 자기나 망할 것이지 나까지 싸잡아 말하던 친구가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망해도 벌써 여러 번 망했다. 내다 버렸거나 포기한 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어릴 적 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아이들과 종종 벽화작업을 한다. 한 칸 한 칸 이어 붙일 나무 타일을 하나씩 눠 주고, 설명을 , 이제 시작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저기서 다급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선생님  망했어요!"

"저도요!"

"저도 망했어요"

" 하나 더 주시면 안 돼요?"

 나는 일일이 찾아다니며 왜 망했나? 묻지 않고 모두에게 말한다. 

"얘들아 림은 망하지 않아, 일단 끝까지 그려 봐, 그래도 망한 거 같으면 선생님이 싹 다 고쳐 줄게!"

그러면 아이들은 신기하게 각자 알아서  고쳐가며  그림을 완성한다. 대부분 선생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망한 거 같다던 그림을 여다보며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사람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 아니 수없이 망해도 또 살아진다.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계획하지 않았던 뜻밖의 일들로 삶은 더 풍요롭고 견고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번번이 깨닫기 때문이다.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고 , 이번 생은  망했다고  투덜대면서도  하루하루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이유다.


친구야, 우리가 정말 망했을까?  갑자기 물으면 친구는 자기가 한 말을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다.  '전화 끊어, 바빠!' 그러지 않으면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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