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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Feb 28. 2020

옥상의 민들레꽃

박완서



민들레는  내 그림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꽃이다.  나는 꽃그림을 그리기 전에 백과사전을 보며 꽃의 구조나 특징을 공부하는 습관이 있는데 민들레는 두상 꽃차례에  수술이 다섯 개, 암술이 한 개, 그런  백과사전적 지식보다 먼저 어떤 정서적 끌림이 있는 꽃이다. 민들레를 그릴 때마다  박완서 선생의  '옥상의 민들레꽃'이라는 작은 소설이 떠오른다. 언제 적 소설인지 언제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 속 꼬마 주인공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아파트 옥상 위 작은 흙더미에서 피어있는 민들레를 보고 죽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책을 읽던 순간 단번에 " 아, 그래, 민들레라면 그럴 수 있지!"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소설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살기 좋다고 소문난 궁전 아파트에서 할머니 두 분이 잇따라  베란다에서 떨어져 목숨을 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데 그 자리에 엄마를 따라온 꼬마 주인공은  답답하기만 하다. 대책회의에 모인 어른들의 의견이란 것이 자살 사건으로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전전긍긍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유도 알고  자살을 막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쫓겨난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죽음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오해를 했기 때문이다. 서운한 마음에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그곳에서 민들레를 발견한다. 시멘트가 빤빤하게 발라져 있는 옥상 위, 어디서 날아왔는지 먼지처럼 작은 흙더미에서 노랗게 핀 민들레를 신기하게 보다가 죽으려고 한 자신이 부끄러워져  집으로 돌아간다. 어린 주인공은 그런 자신의 경험을 어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없어져 줬으면 할 때 살고 싶지가 않아집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도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나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막아주는 게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 꽃이라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박완서/ 옥상의 민들레꽃 중 -


설 속 꼬마 주인공의 마음을 붙들어준  옥상의 민들레꽃처럼 저마다 어려운 순간을 견디고, 건너가게 하는  마음속 민들레꽃 하나쯤 있으리라, 아니 있으려나? 아니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아침, 급한 봄소식이나  주고받으며 훌쩍 지나가던 2월이 이렇게 길고 더딜 수가 없다.  아침마다 코로나 19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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