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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Feb 16. 2020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제야 깨닫는다 이 생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 버리는지를


                                           


     

"이제야 깨닫는다. 인생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 버리는지를"

 -무사 카르나, 인도의 대서사시'마하바라타'에서-


윤리학과 철학과 의학을 공부한 의사이자 저술가이며 사상가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제야 깨닫는다. 이 생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 버리는지를'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지금 읽게 되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연로하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이 책을 읽고 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뒷북일까? 상상하면 거의 끔찍하다.


1. 독립적인 삶 ,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2. 무너짐 ,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 의존 ,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4. 도움 ,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5. 더 나은 삶 ,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6. 내려놓기 ,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7. 어려운 대화 ,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8. 용기 ,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목차만 봐도 얼마나 현실적인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죽음에 관한 나의  공부가 관념이었다면 이 책은  실용에 가깝다. 나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내가 더 이상 독립적일 수 없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의 미래를 직시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 가까운 현실인 내 어머니, 내 이웃의 마지막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을까? 에 대해 많은 이해와 정보를 제공받았다. 저자는 의사로서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과 자신의 아버지의 임종 경험을 토대로 의학과 기술이 간과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냉정하고 따뜻하게 전해준다. 저물어 가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개별적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은 보호와 안전 그 이상의 인간다운 삶, 인간에 대한 존중이어야 함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일률적인 간호와 돌봄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소중하게 지켜 주는 것.  


봉사자로  호스피스 병원에 다닌 지 10년이 다 돼간다.  제법 공부가 되었다 믿었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내가 이렇게 무지했구나! 책을 읽으며 많이 놀랐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느라 정작 당사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성공적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의학, 기술,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손에 우리 운명을 맡기는 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서문 중에서 -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227쪽 -


마지막 순간까지 성공적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타인의 행복을 존중할 것인지, 어떻게 살고 어떻게 돕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죽음을 깨닫는 것이 오늘, 왜 선물이고 축복인지  책을 덮고도  많은 생각이 따라오는 책이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리뷰를 쓰면서 내가 제목을 계속 '어떻게 살 것인가'로 쓰고 있음을 발견하고  웃는다.  결국 나의 최종 관심사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잘 살 것인가'이고 그것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와 동어 반복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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