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질서, 살아남은 언어
"이거 완전 당나라 군대 아니야?"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지휘는 먹히지 않고 각자 제멋대로 움직이는 질서 없는 현장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표현은 조직이나 단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풍자하는 말로 쓰인다. 직장에서 협업이 어그러졌을 때, 학급에서 학생들이 제멋대로 움직일 때, 또는 뉴스 기사에서 국가 시스템의 무능을 지적할 때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래서 '당나라 군대'는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현실의 혼란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감정의 언어에 가깝다.
'군대'라는 단어는 보통 질서와 통제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 앞에 '당나라'가 붙는 순간, 의미는 정반대로 뒤집힌다. 군대인데 군대 같지 않은 상태, 지휘가 무력하고 각자 따로 노는 집단. 이 표현이 풍자적으로 들리는 건 바로 그 어긋남 때문이다. "당나라 군대 같다"는 말은 이미지와 의미의 충돌로부터 힘을 얻는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 어수선한 상황의 풍경을 한순간에 불러낸다. 듣는 사람은 설명이 없어도 그 의미를 직감하고, 장면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표현은 단순한 말 이상으로 작동하며, 감각적으로 상황을 꿰뚫는다.
이 말은 단지 혼란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부재에 대한 실망과, 그것을 말로 정리하려는 감정적 반응이 담겨 있다. 상황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거나,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표현은 때로는 한탄이고, 때로는 비웃음이며, 때로는 뼈 있는 농담이다. 말 속에 담긴 감정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표현은 반복해서 호출된다. 사람들은 오늘의 어수선함을 천 년 전의 혼란에 빗대고, 그 말 한마디에 지금의 현실을 겹쳐 본다.
당나라는 한때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강력한 제국이었다. 문화와 기술, 문물 교류에서도 당대 최고 수준을 자랑했지만, 그 번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8세기 중반에 발생한 안사의 난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반란은 가까스로 진압되었지만, 이후 중앙 권력은 예전만큼 회복되지 못했고, 지방 군벌은 오히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군대였다. 지방에 주둔한 병력은 중앙이 아니라 지방의 권력자들에게 충성했고, 명령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고, 지휘 체계는 느슨해졌으며, 징병이나 군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명령이 전달되지 않고, 작전이 엇갈리며, 병사들이 무단 이탈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처럼 당나라 말기의 군대는 이름만 군대였을 뿐, 실제로는 제각기 따로 움직이는 무질서한 집단에 가까웠다.
바로 이 장면이 "당나라 군대 같다"는 표현의 뿌리다. 강력했던 제국이 끝내 스스로 붕괴해 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그 말기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기억 속에 남겨 두었고, 그것이 후대의 언어로 정리되며 속담처럼 굳어진 것이다.
당나라는 한때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거대한 질서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당나라 군대 같다"는 표현 안에 담긴 건 그 위엄과 찬란함이 아니라, 끝자락의 혼란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제국에서, 사람들은 가장 무질서하고 기강이 무너졌던 순간을 말로 남겼다.
이런 현상은 언어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과 깊게 닿아 있다. 언어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특정한 감정, 강렬한 인상, 반복된 경험에 반응하며 표현을 남긴다. 오늘날 '당나라 군대'라는 말은 단순히 당나라의 군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무질서의 감정을 압축해 전달하는 상징처럼 사용된다.
재미있는 건, 이 표현이 패배한 전쟁의 군대가 아니라 질서가 무너진 제국 내부의 붕괴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표현을 통해 누군가와 싸워서 진 장면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체계와 질서의 해체를 연상한다. 그래서 이 말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실의 풍경을 되짚는 언어로 살아남은 것이다.
'당나라 군대'라는 표현은 역사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오늘날 이 말이 사용되는 맥락은 당나라의 실체와는 거의 무관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 표현의 어원을 따지지 않는다. 대신, 혼란하고 무질서한 집단을 가리킬 때면 자연스럽게 "당나라 군대 같다"라고 말한다. 표현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반복되는 사용 속에서 기존의 의미를 벗어나 하나의 관용구로 굳어진다.
이처럼 언어는 살아 있으며, 정해진 규범만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태어나, 시간을 지나 변형되고, 결국엔 새로운 의미로 자리 잡는다. '당나라 군대'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오늘날 한국어 사용자들의 언어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시대와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바로 그 유연함 속에 언어의 생명력이 있다. '당나라 군대'라는 표현은, 언어가 어떻게 시간을 지나 현실을 비추고, 다시 새로운 현실을 써 내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