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대만과 중국에서 다르게 읽힌다

대만과 중국, 말투로 읽는 두 세계

by 온기록 Warmnote

"朴○○[푸(Pu)○○]"


대만에서 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순간 멈칫했다. 분명히 나를 부르는 말이었지만, 어딘가 나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내 성은 늘 '피아오(Piao)'로 불렸다. 朴(박)이라는 한자가 중국에서는 그렇게 읽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졌고 어느새 피아오는 내 성씨를 지칭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됐다.


그런데 대만에 오자, 똑같은 한자인 朴이 푸(Pu)로 바뀌었다. 내 이름이 맞긴 했지만, 낯선 소리라 금방 와닿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의 어색함 속에서, 이름 하나가 주는 낯섦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름은 늘 나를 지탱하는 가장 선명한 단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언어가 바뀌고 지역이 달라지면, 그 이름조차도 다른 식으로 읽히고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말은 같아도 말투가 다를 수 있고, 그 작은 차이가 곧 세계의 결을 가른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택시를 부르는 말, 그 너머의 차이


대만에서는 '택시'를 計程車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出租車라고 한다. 같은 교통수단을 가리키지만,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부터 다르다. 計程車는 '거리를 계산하는 차', 出租車는 '임대하는 차'라는 뜻이다. 대만은 기능 중심, 중국은 시스템 중심의 언어를 쓰는 셈이다. 한 단어 안에 교통에 대한 인식 방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택시를 타는 행위도 다르게 표현된다. 대만에서는 搭車라는 말을 자주 쓰고, 중국에서는 打車라는 표현이 흔하다. 전자는 차에 '함께 타는' 부드러운 동승의 느낌이고, 후자는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차를 '잡는'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상황인데도 말의 리듬이 다르고, 그 안에 담긴 태도 역시 다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기사님을 부르는 말이다. 대만에서는 보통 '司機大哥'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운전기사 형님'이다. 정중함과 친근함이 동시에 담긴 표현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師傅'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이는 장인이나 기술자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로, 기능에 대한 존중은 있지만 관계의 거리감은 더 크다.


택시를 부르는 말, 타는 방식, 기사님을 부르는 호칭까지. 같은 교통수단을 두고도 지역마다 말이 다르고, 그 말투에는 문화적 결이 배어 있다.


말투에는 문화가 녹아 있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도 지역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진다. 단순한 말의 차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 관계를 맺는 방식, 생활 속 리듬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말투 하나에 그 사회의 문화적 결이 녹아 있는 셈이다.


대만에서는 더 부드럽고 정감 있게, 중국에서는 더 효율적이고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단어 하나, 호칭 하나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거리가 드러난다. 이는 체계적인 규칙이라기보다는, 그 사회가 쌓아온 언어 습관과 공동체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말은 단순한 소통의 수단이 아니다. 작은 말투 하나에도 세계가 다르다는 말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차이다.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감각은 결국 말을 고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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