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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Feb 23. 2019

책이 선물이라고?

[주관적 독후감] 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B는 문학을 전공했다.

비록 지금은 상관없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틈틈이 글을 쓰고 그 글들을 엮어서 마침내 책을 내는 것이 그녀의 꿈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의 독서는 매우 느렸고 편협했어서 보잘것없었으나 그녀의 추천을 받기 시작한 뒤로 책을 잡는 순간이 조금은 더 잦아졌고 스스로 더 넓어졌으며 말할 수 없이 즐거워졌다.
B는 가끔 추천을 넘어 소위 없는 살림에 선물을 건네기도 했으며 그럴 때마다 책의 첫 장에 짧은 코멘트나
날짜 등을 직접 적어주었다.
 내가 책 선물을 좋아하게 된 건 분명 그때부터였고 비로소 책이란 것은 받기에도 주기에도 좋은 것 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런 B에게 아주 오랜만에 물었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고. 얼마 지나지 않아
B는 책 몇 권을 가지런히 쌓아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쌓인 책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머리 염색약이 서글프다는 푸념과 함께.

 <당신의 아주 먼 섬>
책에는 슬프고 아프고 외롭고 괴로운 인생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기분이 들었고

그 절망스러운 모든 것들이 결국엔 잘 되고 말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탁월한 묘사들은 글자들을 영상으로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여러 개의 인생들은 적당한 분량으로 흥미롭게 구성되어있어 막힘없이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지금 외롭고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B가 내게 했던 것처럼 첫 장에 날짜와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건네고 싶은 그런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알게 된 작가의 죽음.
책의 말미에 그 죽음을 알려준 이는 그녀의 남편이었고
그녀가 하늘로 돌아간 후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그의 마음이 내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된 정미경 작가.
나는 미처 몰랐지만 살아있던 내내 분명히 좋은 작가였을 그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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