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코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운 날씨에는 아주 오랜 단골 집에 가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국수 한 그릇을 몸안에 가득 담아오고 싶어 진다.
문제는 그 오랜 단골집이 한두 해전에 없어졌다는 것.
언젠가 오랜만에 찾은 그 자리는 누가 봐도 주인 없는 공간이었고 맞은편 가게 할머니에게 그 간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세월이라고 써야 어울릴만한 긴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칼국수를 끓여내던 주인아주머니는 얼마 전 몸이 안 좋아져서 가게를 그만두었다는 이야기.
오래된 잠실의 한 아파트 지하상가.
칸칸을 나눠 여러 집이 장사를 하는 그곳에 그 칼국수집이 있었다.
그 집 칼국수가 그렇게 내 입에 맛있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발을 들인 그 날 이후로 나는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그 집을 드나들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려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에도 나는 그곳을 찾아 칼국수를 먹었다.
당연히 주인아주머니도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국수를 끓이고 팥죽을 쑤었다.
아주머니는 말수가 적었다.
표정도 몇 가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주 찾는 나를 알아봐 주고 항상 반겨주었다.
그 칼국수 맛이 허름한 지하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까워 나는 진지하게 칼국수 집을 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꽤 많은 나의 끼니를 책임져줬던 곳이 사라졌다.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간이 잘 된 진득한 국물, 탱탱한 면발, 한 여름 덜덜거리며 돌아가던 선풍기,
그리고 매번 말없이 앉아계시다가 칼국수를 다 먹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밥 좀 줄까" 하시던 그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까지.
모두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이 세상 영원한 건 없으니
사람은 있을 때 잘하고
음식은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