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줄 알았다고 한다

싱거운 맛

by 희소롭게



일주일이다. 고작 한 주 지났을 뿐인데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불쑥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한 주 사이에도 이리 쓸 게 많은데 역시 브런치에 연재 시작하길 잘했어, 아 근데 또 귀찮... 비록 월요일이 끝나기 두 시간 전에 부랴부랴 노트북 앞에 앉긴 했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계속 써나가는 것이다.


브런치 알람이 꺼져있었나 보다. 글 쓰려고 들어오니 여러 알림이 와 있었다. 감사하게도 첫 글에 눌린 응원의 라이킷 알림들이었다. 묘한 동질감이 일었다. 한국이 아닌 타국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소재가 되었든, 글을 통해 이 세상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건 늘 멋진 일이다.








내가 있는 판을 치우고,
새로운 집을 지어라





나의 '자기 계발' 분야 엄마인 김미경선생님의 특강을 들으러 갔었다. 여전히 활력이 넘치시고, 예전보다 더 화사해지신 것 같았다. 도입부에 '강연을 듣는 건 결국 강연을 통해 내(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라고 하셨던 부분이 와닿았다. 강연을 들으며 내 인생과 한 올 한 올 엮어보았다.


미국 이민은 내게 굉장한 도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뒤바꾸는,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나는 그걸 무대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다. 내 인생은 서막이 내리고 본막이 열리려고 하는, 딱 그 순간에 서 있다고 말이다.






나도 초록카드 갖고 싶어






어마어마한 진전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의 미국 이민 준비에서 아주 쪼끔은 '우리'의 준비로 넘어왔다는 거다.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비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나무위키에 나오는 미국 비자 종류만 해도 엄청나다. 이 중에 나는 [4.7 가족초청 이민비자]의 시민권자 배우자를 통해 가족 초청 이민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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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위키



사실 커다란 기대는 안 했었다. 그린카드(cf. 미국 영주권) 소요 기간이 최대 2년은 잡아야 한다더라, 쌸라쌸라 이리저리 계산해 보니 다다음달인 6월에는 신청을 해야 할 것 같다, 등등... 아침 먹으며 자연스레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내가 기쁨의 비명을 질러대니 아이도 덩달아 소리를 질러댔다.


무언의 위기감을 느낀 배우자는 재빨리 덧붙였다. 그린카드를 진행하겠다고 한 거지, 이민을 가겠다고 한 건 아니라고! 응, 그래. 비자 진행하는 거면 말 다한 거지, 여보야. 하지만 6월에 영주권 신청 절차에 발을 들이기까진 잠자코 있기로 했다. 엄빠 얘기를 듣고 있던 아이도 외쳤다, '나도 나도! 나도 초록카드 갖고 싶어!'






언젠가 떠날 줄은 알았는데...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미국 이민 얘기를 꺼냈다. 이십 대 중반에 떠났던 영국 워킹홀리데이가 떠올랐다. 그때는 2년 후면 돌아온다는 기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민은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부모님의 얼굴에 그때처럼 갖가지 감정이 서렸다. 아빠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떨구고 계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심에 찬 얼굴로, 언젠가 떠날 줄은 알았지만 갑자기 확 다가와버린 것 같다고 하셨다.


아빠의 얼굴에 요즘 아껴 보고 있는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양관식 캐릭터가 포개졌다. 아빠와 닮은 구석이 많은 캐릭터였다. 그날따라 유독 아빠 얼굴의 주름이 깊게 패어 보였다. 아빠는 벌써부터 슬프지만 우리의 인생이니 응원하겠다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충분히 힘이 났고 감사했다.











나의 본무대는 나의 부모가 한평생 겪어본 적 없는 곳에서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나의 부모가 탄탄하게 다져주신 토양 위에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 끈끈한 결속은 이 세상 어떠한 물리적 거리에도 끄떡없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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