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풍차는 해변 언덕 위에 여섯 개가 자리 잡고
스키폴공항에서 크레타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으로 바로가도 되지만 스케줄러는 미코노스(mykonos), 파로스(Paros)를 구경하고 크레타(Crete)로 향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미코노스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새벽 두 시 반 일어나 여섯 시 비행기를 탔다. 일을 이렇게 하라 했으면 혹사시킨다며 노동부에 고발했을 텐데 노는 것이니 이리 열심이다. 새벽인데도 의외로 공항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직원들은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일찍 왔음에도 짐 부치고 검색하는데 시간이 걸려 온타임 보딩을 했다. 미코노스까지 3시간 10분이 소요되며 기내에서는 음료는 물론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사 먹어야 한다. 스케줄러가 출국장에 있는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사 왔다, 같은 가격이지만 기내보다 조금 더 신선하고 조금 더 맛있단다.
미코노스에서는 무박 1일 한나절 구경만 할 예정이다. 미코노스공항에서 항구까지 택시를 탔다. 여행짐을 보관소에 보관하고 파로스 가는 저녁 배를 타기 전까지 구경하면 된다. 미코노스는 그리스풍차로 유명하다. 항구부근의 舊(구) 시가지는 차량통제구역이며 관광객을 위한 장소로 식당, 음식점과 가게, 호텔 등이 있고 상업지역을 벗어나면 가정집도 많이 보인다.
시내는 산토리니같이 온통 하얗고 파랗다. 심지어는 가로수도 일정 높이까지 하얀색으로 페인트칠을 했다. 미코노스 구시내는 골목골목 누비고 다니면 세 시간 정도에 볼 수 있다. 하지만 카페에도 앉아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하니 한나절은 봐야 한다.
동네가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원형유지를 위해 모두 노력하는듯하다. 바닥 돌사이도 흰색 시멘트와 흰색 페인트로 도색했는데 솜씨가 일률적이다. 개발을 못하게 하는 대신 시에서 지원해 준 솜씨다. 구찌, 디올 명품 매장들이 일반 기념품상점과 다를 바 없는 가게에 입점해 있다. 간판을 봐야 명품 매장임을 식별할 수 있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리스 풍차는 해변 언덕 위에 여섯 개가 자리 잡고 있으며 동네를 돌아보니 산등성이에도 있었다. 네덜란드 풍차는 물을 퍼내는 목적이고 그리스 풍차는 곡식을 빻는 목적이다. 네덜란드 풍차에 비해서는 어설프게 생겼다. 구시가지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같은 분위기다. 차도 없고 건축제한으로 현대식 건물은 없지만 시가지 밖에는 호화주택들이 즐비하다. 건물들이 온통 하얀색으로 푸른 바다, 푸른 하늘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관광지임에도 상점들 호객도 없고 강매도 없다. 좋은 동네다.
그리스에 왔으니 젤라또를 먹어줘야 한다. 젤라또 맛집 ’Snow’에서 젤라또를 한 컵 먹으며 더위도 식히고 다리도 쉬게 한다. 옆에 붙은 음식점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와는 사뭇 다르다. 단조로운 네박자의 연속, 처음에는 타령같이 어색했으나 며칠 시간이 흐르면 편안해지고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리스 전통노래인 듯하고 왠지 지리적으로 가까운 터키노래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느리게 흐르는 여행지의 시간과 묘하게 궁합이 맞는 듯하다.
땀이 식었기에 동네를 다시 돌았다. 시기적으로 가을이고 능소화가 진 것을 보고 왔는데 활짝 핀 능소화를 다시 만났다. 한국 능소화보다 색이 짙은 것 같으며, 이국에서 보는 능소화와 무궁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화려한 핫핑크의 부겐빌레아라는 꽃이 만발했는데 꽃 속에 꽃이 있어 신기했다.
그리스 전통해산물점 ‘Kavos'라는 곳을 방문했다. 평점 높은 집답게 오징어를 튀긴 칼라마리, 새우구이, 문어샐러드가 신선하고 맛나다. 바다 바로 옆 테이블이라 뷰도 좋고 바닷물이 투명하게 깨끗해 고기 노니는 것이 보인다. 식전 빵을 던져주면 빵을 먹기 위해 고기가 몰린다. 크기는 멸치크기다. 그리스에 가면 꼭 먹어보라는 칼라마리는 튀김옷이 무척 얇아 튀김옷이 없는듯하다. 頭足類(두족류)와 甲殼類(갑각류)는 통풍 위험식품들이라 조금씩만 맛을 봤다. 짜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맛이다.
카페에서 그리스커피를 주문했다. 원두를 곱게 갈았으나 거르지 않아 알갱이가 씹힌다. 로부스터 원두를 많이 사용했는지 흙내가 진하다. 아내와 나눠 마시기 위해 더블샷을 주문했는데 반모금씩 마시고는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스 커피는 권하고 싶지 않은 맛이다.
미코노스에서 파로스까지 페리로 이동하는데 1시간 연발한단다. 잇달아 우버와 에어비앤비일정도 순연시켜야 하므로 스케쥴러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규모가 있는 배를 시내버스 타듯 타고 내린다. 배가 항구에 입항하면 우르르 사람들이 내리고 배를 타는 사람들은 표만 보여주고 올라탄다. 승객을 태우면 바로 떠난다. 신분증과 짐을 검사하는 분단국가 문화로는 이해되지 않는 풍경이다.
마음씨 좋고 후덕하게 생기신 주인아주머니와 고양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주위가 어두워 잘 모르겠지만 주차사정은 헬인듯하다. 작은 차들이 주차해 놓은 좁은 길로 벤츠 미니버스가 스치 듯 잘도 운전해 왔다. 이층짜리 숙소는 아늑했다.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배가 연착되는 바람에 계획이 어긋났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준비해 놓은 초콜릿쿠키와 과일주스로 저녁을 해결했다. 샴고양이 닮은 주인집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작은아이는 늦은 시간임에도 고양이와 놀러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