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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Dec 19. 2024

959. 서핑하는 로테르담

길을 걷다 보면 네덜란드의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로테르담은 신도시같이 새로운 고층건물이 많다. 로테르담 대부분이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되었기에 새로 건설된 도시와 같다고 한다. 현대식 건물들이 하나같이 개성 있게 생겼다. 수직으로만 솟아있지 않고 건물 일부는 옆으로 돌출되어 튀어나왔으며 곡선과 직선을 조화롭게 사용했다. 건축기술만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예술과 건축기술의 만남이라 해야 할 것 같다. 항구에는 뮤지엄이 있고 길을 가다 보면 갤러리도 많다. 공원에 있는 기다란 벤치가 특이하게 생겼다. 형형색색으로 페인팅을 해놓은 기다란 벤치는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다. 곳곳에 조형물과 포스터들이 범상치 않다. 길을 걷다 보면 네덜란드의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로테르담은 작은 아이가 공부했던 도시라 지리를 잘 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정사각형 큐브모양 주택들을 팽이처럼 꼭짓점을 축으로 하여 레고처럼 조립한 건물이다. 이 건물을 준공했을 때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서 관련 토픽을 봤던 기억이 있다. ‘내부가 어떻게 생겼을까?’ 외부에서 봤을 때는 도대체 상상하기 어려웠다. 입장료 3유로를 내면 내부를 보여주는 집이 있으며, 관광객들이 줄을 늘어섰다. 얼마 전 가구포함 7억 원에 거래되었다고 하니 입장료 3유로를 받으면... 하루에 100명만 받아도... 1년이면 10만 유로... 좋은 비즈니스다. 관광객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면 하루 100명은 쉽게 넘을 것 같다.


 큐브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좁았기에 실 거주하기는 불편할 것 같다. 내부를 보고 나서야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며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가구포함 7억 원에 거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이해되었다. 맞춤형 가구 아니면 가구를 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하긴 가구를 갖고 이사 간다 해도 직사각형에 맞춘 집에는 그리 유용할 것 같지는 않다.

 실내는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바닥을 보게 창문이 나있고 2, 3층은 하늘을 향해 창이 나있다. 벽면이 45도로 기울어져 있는 건물구조상 공간활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간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자투리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직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경험이다.

 신기한 주거공간은 또 있었다. 'Markthal(Market Hall)'이라는 거대한 격납고처럼 생긴 건물 내부에 창문이 달려있는데 그것도 주택이란다. 전위적 건축가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설계 같다. 제일 꼭대기층은 창문에서 바닥을 보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내부를 구성했을까?

 건물 1층과 지하 1층은 시장풍경인 식당과 쇼핑센터다. 네덜란드 시장에 가면 치즈가게, 와플, 하링 샌드위치가게가 필히 있다. 하링샌드위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와플을 먹기로 했다.

 5년 전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와플을 제일 맛있게 구워낸다는 집을 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 먹어보지 못했고 차가운 와플을 먹었었다. 오늘은 노점에서 따뜻한 와플을 사 먹기로 했다. 와플 한 개에 5천 원, 시럽을 너무 많이 발라 와플을 수평으로 들고 먹어야 한다. 달달함이 도가 지나쳐 하나 먹으면 당 떨어진 사람에게는 보약일 듯하다. 점심식사하러 ‘Restarant Bazar'라고 하는 터키음식점에 갔다. 터키식 아침식사를 점심에도 제공하기에 주문했다. 아침식사임에도 생각보다 푸짐하고 점심으로도 손색없다. 케밥정식도 양이 많고 맛있지만. 곁들여 나온 밥은 날아가는 밥으로 전혀 풀기가 없다. 터키식 식전빵이 부드럽고 맛나다. 도심 한가운데 수로 일부를 막아 서핑장으로 만든 곳이 있다. 꽤 높은 인공파도를 만들어 내고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색다른 풍경이다. 네덜란드 여러 곳을 다녀보고 배도 타봤다. 물색은 맑지 않으나 신기하게도 물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

 수로에는 주기적으로 청소배가 다닌다. 수로 주변 음식점과 가정집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배가 있는 반면 쇠그물을 배 앞에 달고 수면에 떠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배도 다닌다. 주기적으로 청소한다 해도 물비린내도 없고 부패하는 악취가 없는 것이 신기하고 부럽다. 수로에는 물닭과 오리들이 노닌다. 낚시꾼의 눈으로는 적어도 2 급수 이상되는 깨끗한 물이다.


 우리나라는 4대 강 사업으로 곳곳에 보를 만들었다. 물이 고여있으니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상식을 깼으니 벤치마킹하려면 네덜란드에 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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