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보다 조금 커다란 섬인 파로스에서의 첫날은 느리게 시작되었다. 전날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침대에 맡기고 모두 늦잠을 잤다. 에어비앤비로 빌린 2층집은 하얀색에 청색창문의 전형적인 그리스 주택이다. 2층베란다에서는 Naoussa항구와 바다가 보인다.
정원에서 아침을 먹으려 했지만 주인집 고양이포함 동네 고양이들이 식탁 위에 올라와서 너무 문질러댄다. 터줏대감인 고양이들에게 쫓겨 집으로 들어왔다. 포도, 복숭아 당도가 남다르다. 피스타치오를 구입했더니 색상과 신선함이 다르다. 그리스에서는 망고, 살구 등 과일을 많이 맛보려 한다.
그리스에 오며 원두커피 4가지를 챙겨 왔다. Ethiopia Abaya Geisha G1 Natural, Deep flavour, Kenya Kagumoini AA Top Washed, Guatemala El Socorro Maracaturra Washed, Colombia La Primavera Pink Bourbon Washed. 경치 좋은 곳에서 아침에 내린 커피를 여유롭게 마시는 것은 여유라기보다 사치라고 해야 한다.
오늘은 Naoussa항구를 바라보고 아침커피를 마신다. 오늘 커피는 Ethiopia Abaya Geisha이다. 조금 진하게 내려졌지만 맛나다. 커피 내리는 도구로 핸드밀과 드리퍼, 종이필터만 갖고 왔다. 도구와 물이 다르니 커피맛이 달라졌다.
집에서 가까운 로컬 렌터카회사에 왔다. 인터넷 광고로 BMW X2, AUDI Q3를 보고 왔는데, 실제로 렌트가 가능한 차는 동급이라는 시트로앵 C3 Aircross다. 우리나라 경차는 이곳에서 중형차급이고 시트로앵 C3 Aircross도 중형 SUV급이다. 골목도 좁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기에 현지인이 보유한 차도 대부분 소형차들이다. 렌트가격은 BMW X2, AUDI Q3와 같다고 작은아이 입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시트로앵도 좋은 차라고 해도 네덜란드에서는 인기 없는 차라고 한다. 프랑스 차들은 연비는 좋은데 승차감은 떨어진다. 비포장이 많은 그리스에서는 승차감 좋은 차가 필요하지만 경차 면서 승차감이 좋은 차가 있을까?
오늘은 동부해안을 관광하기로 했다. Golden Beach,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지만 햇살과 바람이 좋아 해수욕과 일광욕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평화로운 해변에서 낮잠을 즐겼다. 주변 음식점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미코노스에서 들었던 노랫소리다. 단조로우면서도 터키노래 비슷하고 자주 듣다 보니 트로트박자처럼 친근하게 느껴져 잠이 잘 온다.
스케줄러인 작은아이가 네덜란드에서 그늘막텐트를 갖고 왔다. 오십 유로에 구입했단다. 해수욕장에서 그늘막 빌리는 데는 25유로로 이틀 넘게 사용할 거니 본전을 뽑는단다. 이곳 사람들은 해가 좋으면 모두 밖에 나와 일광욕을 즐기는데 동양에서 온 노란 아이는 햇볕을 피해 그늘막 속에서 낮잠을 자니 반대 상황이 되었다.
토플리스차림으로 일광욕하는 여인들 속에 누워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 다녀보니 Paros의 Golden Beach만 토플리스의 천국이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토플리스 천국이며 남녀불문 노천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기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점심은 해산물 전문점 ‘Thalami'에서 문어구이, 호박튀김, 레몬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구이를 주문했다. 낙소스섬이 바라다보이는 곳으로 바다절벽 위 음식점 뷰가 좋다. 낙소스섬과의 거리는 마치 선운사 앞 해안도로에서 변산반도를 바라보는듯한 딱 그 정도 거리다 그리스 음식가격은 네덜란드에 비하면 반가격이며 우리나라보다 헐하다. 음식가격은 국민소득과 비례하며 네덜란드 6만 불, 우리나라 3만 불, 그리스 2만 불 정도 된다. 음식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과일 또는 달달한 디저트와 Raki라는 전통주를 제공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Lefkes’라는 골목뷰가 예쁜 마을을 찾았다. 파로스섬의 중앙부에 있지만 숙소에서 삼십 분 정도다. 산속마을에도 관광객이 넘쳐난다. 그리스는 관광대국으로 인구 2000만에 2023년 관광객 수는 3600만명으로 어디를 가도 관광객이 넘친다. 숙소 근처 Naoussa항구에 왔다. 집에서 걸어갈만한 거리다. 집에서 Naoussa항구를 볼 때는 돌을 쌓은 방파제 같은 것이 있었는데 가까이 보니 허물어져가는 성벽이다. 복원을 하지 않아 울퉁불퉁하게 보였다. 명칭은 Venetian castle로 규모는 크지 않고 마을 앞바다를 지키는 초소정도 역할을 한듯하다. 천년은 넘어 보이지만 그리스에서는 유적에도 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Naoussa항구 해변음식점들은 사람들로 넘쳐나며 뷰 좋은 맛집들은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다. 경험상 이곳은 한번 앉으면 3시간씩 앉아있어 테이블회전이 빠르지 않다. 뷰가 조금 떨어지는 'Notos'라는 음식점을 갔다.
막내는 실험정신이 강해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메뉴를 잘 시킨다. 생호박을 얇게 슬라이스 한 샐러드가 이채롭다. 머리에서는 맛없다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먹어보니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오징어, 새우튀김은 언제나 맛나다
그리스는 신기하게 덥지 않고 습하지 않아 파리 모기가 적다. 밤에도 호청 이불 하나 덮고 잘 정도로 기후가 좋고 30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파도가 약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없는지 바닷가 선착장높이가 낮다. 엄청난 조수간만의 차를 보고자란 눈에는 신기한 풍경이다. 에게해는 수심이 낮고 조수간만의 차가 적으며 바람이 적다고 한다. 천혜의 기후이며 자연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