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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7. 비키니 입고 등산

크레타 제1이라는 ‘Balos Beach‘

by 물가에 앉는 마음

크레타에서 첫날이 밝았다. 닭울음소리에 일어나니 염소울음소리 들리고 벌들이 웽웽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태양은 여전히 좋고 바람은 건조하다. 산속 별장은 외딴곳이라 농장사이를 지나 민가 다섯 채 정도 있는 외진 곳으로 조용하고 매력적인 곳이다. 집도 고급스럽다. 대리석 벽에 고풍스러운 가구와 세면기도 럭셔리하다. 집주인의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나다.

발코니에 앉아 올리브농장과 멋지게 생긴 산을 바라본다. 산이 꽤 높은지 조각구름도 걸려있다. 평지의 올리브농장은 넓고 농장답지만 산등성이 올리브나무들은 몇 그루씩 군집해 있다. 현대화된 농장이 아니고 산등성이를 개간해 몇 그루씩 군데군데 심어놓았다 집이 해발 3~4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으니 발코니에서 보이는 산은 해발 천 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무등산 입석대처럼 깎아지른 절벽도 보인다. 인적 없는 산길로 염소 떼들이 지나갈 때마다 뎅그렁거리는 종소리만 평화롭게 들린다. 어제는 피곤해 별을 보지 못했다. 주변 불빛이 없으니 별이 잘 보일듯하다.


소음 공해 없는 주변은 올리브 농장이다. 이곳 올리브는 품종이 다른가보다. 재래종인지 모르겠으나 식당에서 내오는 절인 올리브도 한국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 크기의 절반정도 크기다. 길가 올리브나무에 달려있는 올리브열매 크기도 매우 작다. 나는 절인 올리브 맛의 좋고 나쁨을 모르지만 아내와 막내는 엄청 맛있다고 한다.

넓게 펼쳐진 올리브 농장들을 가로질러 도착한 ‘Falasarna Beach‘, 크레타는 아직까지 해수욕철이다. 절벽을 구비구비 돌아 내려가면 매력적인 물색의 해변이다 파로스보다 큰 바다로 나와서인지 물결이 조금치지만 거칠지는 않다. 멀리서 본 산토리니도 차들이 산에서 요리조리 굽은 길을 내려오더니 이곳도 산길을 구비구비 내려온다. 화산석으로 보이는 침식된 해변절벽이 멋있게 깎여있다.


점심시간이다. ‘Gramboussa Restaurant', 그리스에서 필히 먹어야 한다는 스파타코피타라는 시금치 파이는 감흥 있는 맛은 아니었다. 할머니 솜씨로 만든 튀김 모둠과 라임을 곁들인 아기돼지다리 허벅지살요리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스는 음식가격이 네덜란드의 반값정도로 셋이 식사하면 팁 포함 50~60유로 정도면 충분하다. 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맛있고 서비스가 감동적인 경우, 주겠다고 하면 팁을 받는다.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크레타 제1이라는 ‘Balos Beach‘를 가기로 했다. ‘Balos Beach‘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차 타고 가서 도보로 산을 내려가던가 배 타고 오는 방법, 배 타고 오는 것이 쉽지만 하루를 꼬박 비치에서 보내야 한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입장료 1인 1유로, 주차비 3유로로 고속도로비도 없는 나라에서 비치입장료를 처음 내본다. 가드레일도 없는 절벽 비포장 도로를 8km, 30분 정도 달려야 한다. 차를 탔으니 달린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달리는 것이 아니라 덜덜거리며 서행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산아래 비치까지 25분을 걸어야 한다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얼마나 절경이기에 25분을 걸어갈까?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산세가 좋다. 해변에서 바라보니 영암 월출산 느낌이다. 제로 레벨부터 올라가야 하니 높지 않으나 높은 산이다 비치로 내려가는 길, 비키니수영복 입은 행렬이 줄을 이어 올라온다. 이것도 신기한 풍경이다. 비키니 입고 등산이라니... 산속의 오솔길을 따라 줄지어 올라오는 비키니행렬이 신기하다.

비치는 석호 비슷하게 생겼으나 여러 곳이 터져있다. 호수처럼 생겼고 곳곳에 사구가 있으니 해수욕장 여러 개 모인 신기한 모습이며 주변이 절경이다. 물은 맑고 시원하며 발밑에는 조그마한 고기들이 무수히 많다. 경치도 좋고 물이 맑으니 기분도 좋다. ‘Balos Beach‘는 덜덜거리며 30분 정도 차를 타고 와서 발품 팔아 걸어갈만한 풍광이며 크레타 제1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조건들을 갖고 있다. 찰스황태자와 다이아나비도 이곳에 놀러 와 휴가를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허리를 삐끗했기에 걱정이 앞선다. 올라갈 때는 시간을 재며 페이스조절을 할 참이다.

통풍으로 살을 뺀 후 몸이 가벼워져서 등산이 수월해졌다. 1시간 정도 예상했으나 35분이 소요되었다. 작은 아이도 비키니차림으로 등산 행렬에 동참했다. 대부분 수영복차림으로 등산한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어도 등산을 해야 하기에 땀으로 젖을 것이니 수영복차림이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타에서 공간 이동을 하려면 올리브 농장을 지나야 할 정도로 올리브농사를 많이 짓는다. 올리브농장 지나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동네를 지나면 인가가 보이고 음식점이 있다 음식점규모도 큰 편이며 늦게까지 식사를 즐기는 풍경이 이채롭다.

‘Antama Cretan'라는 곳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치킨 수블라끼와 피망에 밥을 넣은 지미스타라는 비건음식이 맛나다. 밥을 다 먹자 요플레와 이곳 술인 Raki를 공짜로 내준다. 계산을 하자 작은 병에 담긴 Raki를 기념품을 줬다.

그리스는 물 인심도 좋고 친절하며 디저트로 과일이나 달달한 음식, Raki 등을 무료로 준다. 뒤를 바짝 따라붙는 운전습관을 빼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초행길이지만 늦게 달리지 않는데도 바짝 따라붙으면 신경 쓰인다. 동방예의지국 운전자답게 자리를 여러 번 비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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