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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 Colombia Pink Bourbon

콜롬비아는 국가차원에서 커피정책을 펴고 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Central America 커피만 선호하다 South America 커피를 구입했다. 커피에 대한 見聞(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였으니 맛과 향에 대한 지식이다. 눈과 귀로 보고 듣는 見聞이 아니라 입과 코로 맛보고 향기를 맡는 것도 ‘見聞을 넓히다’라는 표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Colombia Pink Bourbon과 Peru Maragogype 등 South America 출신의 생두 2종을 구입했다.

Colombia La Primavera Pink Bourbon Washed에서 La Primavera은 농장명이며, 품종은 Pink Bourbon으로 1750미터에서 재배한 micro lot grade이다. cupping note는 꽃향기, 포도, 사과, 캐러멜이며 단맛이 뛰어나며 향, 후미, 바디, 밸런스에 대한 평가점수가 높다. 로스팅포인트는 Light ~ Medium로 조금 덜 볶아야 한다.


200 gram을 235˚C에서 11분 30초가 로스팅하여 1차 popping이 끝나자마자 배출하여 172 gram을 얻었으니 판매사 권고대로 적당하게 볶아졌다. 식탁옆에 위치한 숙성 테이블 위에서 익어가는 원두의 향이 밝고 화사하다. 식사할 때마다 과일향과 꽃향이 어우러진 숙성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로스팅을 잘했다기보다는 좋은 생두라는 증표다.

아프리카커피 원두는 특유의 화사한 숙성 향이 있다. 새콤한 과일 산미와 화사한 꽃향이 뿜어져 나온다. Central America 커피 원두에서는 농익은 과일의 단향과 코코넛과 너츠 등의 고소한 향이 있다. Colombia Pink Bourbon은 Central America 커피와는 다르게 꽃 향기와 과일의 달콤한 향기가 매력적이다.


보통 로스팅 후 3일 만에 맛을 보나 이번에는 휴일에 여러 품종을 로스팅했기에 4일 후 커피를 내렸다. Fragrance(분쇄 커피의 향기)가 굉장히 근사해 원두에서 풍기는 꽃과 과일향이 짙어졌다. 산미는 밝고 단맛은 가벼우며 바디는 부드럽다.

원두 30 gram을 85˚C 물로 120ml 정도 뽑아내면 에스프레소정도로 진한 커피가 추출되며 웬만하면 다 맛있다. 커피의 맛과 향을 정확히 구분하려면 희석한 커피보다 진한 원액을 혀에 적실정도로 조금 마셔보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원액을 마셔도 어떤 과일의 맛과 향인지? 초콜릿 맛도 밀크초콜릿 또는 다크초콜릿인지?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cupping note를 커닝하며 사과맛에 감귤산미의 커피구나하며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쇄커피 향이 좋아서인지 물을 부은 후 향기는 특별하지 않다. 입으로 느끼는 풍미와 Aftertaste도 포도맛이며 알 수 없는 꽃 향이다. 산미는 가볍고 밝았다. Sweetness는 캐러멜 같은 단맛이 아니라 과일의 단맛이었다. Body감은 가볍게 로스팅했기도 하지만 그리 무겁지 않고 부드러운 커피다.

Colombia La Primavera Pink Bourbon Washed의 맛과 향은 기대이상이었다. 어쩌면 South America 커피에 대한 편견이 지워질 수도 있겠다. 첫 번째 내린 커피가 최고의 맛이지만, 두 번째 내린 커피도 잡미가 따라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좋은 커피다. 물론 두 번째 내린 커피는 단맛과 향이 많이 줄어들고 잡미가 따라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전에 캔커피를 선전하며 Colombia 원두를 사용했다며 콧수염이 더부룩하고 판초를 입은 그림이 등장했었다. 광고의 영향으로 그 시절에는 Colombia커피가 세계 최고인 줄 알았다. 캔커피에는 품질 낮은 커피를 사용하는 것을 몰랐었다. 요즈음은 specialty급 원두를 사용하는 제품도 출시되었단다. 아직도 Colombia 원두를 내세우는 것을 보면 Colombia 커피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2023년 커피(생두와 원두) 수입액은 11억 1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였다. 콜롬비아는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이며 가격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가 제일 많이 커피를 수입하는 나라라고 한다. 생산량 1위인 브라질은 아라비카와 로브스터를, 2위인 베트남은 로브스터를 주로 생산하는 반면 3위인 콜롬비아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품종만을 재배하고 로브스터 재배를 금지한다.

콜롬비아는 스크린사이즈 13 이하의 생두는 수출을 금지하는 등 국가차원에서 커피정책을 펴고 있다. 커피체리를 손으로 수확하며 Washed가공을 하기에 전반적으로 커피 품질이 좋은 편이다. Colombia 커피의 부드러운 산미와 균형 잡힌 맛, 그리고 풍부한 향은 국가차원의 커피정책에서 나왔는지 모른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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