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는 手製(수제)의 매력을 느끼려고 한다
로스팅을 시작할 때 같은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재현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었다.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로스팅포인트를 찾아 재현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니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장비로는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온도와 시간제어가 가능한 자동화 장비 수준은 되어야 한다. 로스팅 사부도 매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수준이 되어야 하고 홈로스팅 장비로는 구현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1Kg 소포장 생두를 구입하면 200 gram씩 5번을 로스팅한다. 같은 맛과 향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초짜를 벗어난 지금도 같은 생두를 연달아 로스팅해도 매번 맛이 다르다. 하지만 순전히 로스팅 장비 탓은 아니다.
균일하게 로스팅된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Brewing과정에서도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기에 맛이 다른 것이 정상이다. 원두의 양과 분쇄도, 물 온도와 속도, 드리퍼의 종류, 추출량과 추출시간 등 변수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 커피 Brewing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이제는 재현성에 매달리지 않고,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는 手製(수제)의 매력을 느끼려고 한다. 온도와 시간에 의존해 로스팅을 하고 있지만 결국 눈과 귀와 코로 적정 로스팅포인트에 도달했는지 가늠해야 한다. 로스팅기술부족으로 매번 다른 맛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엉뚱한 논리로 정신승리를 하고자 끄적거리는 것은 아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해병대를 나오지 않은 만큼 해병대정신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그리고 취미로 하는 홈로스팅인데 목숨걸 일도 아니다. 안 돼도 즐겨야 하고 불가능 속에서도 재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이다.
생두판매회사 홈페이지를 서핑하며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항을 보고 배운다. 로스팅뿐 아니라 Brewing관련 실전 정보가 꽤 많이 있다. 대부분 시간, 온도에 따라 변수가 발생하여 맛과 향이 변화한다.
좋아하는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의 Cupping Note가 살구, 고구마, 베리, 장미지만 로스팅포인트(정도)에 따라 다른 맛과 향이 표출된다.
Medium (1차 크랙 후 약 40초) 레몬, 바닐라, 복숭아
High (1차 크랙 후 약 80초) 살구, 장미, 초콜릿, 망고, 건자두, 베리, 감귤류
city (1차 크랙 후 약 100초) 딸기, 화이트 초콜릿, 캐러멜
Full City (2차 크랙 후 약 30초) 황설탕, 캐슈너트, 체리
1차 크랙 후 60초가 경과했을 때 즉 Moderately High 상태가 된다면 Medium의 레몬, 바닐라, 복숭아와 High의 살구, 장미, 초콜릿, 망고, 건자두, 베리, 감귤류의 향과 맛이 어우러지거나 제3의 맛이 표출될 것이다.
1차 크랙 후 90초가 경과해 Moderately city가 되면 High와 city가. Moderately Full City 상태에서는 city와 Full City의 복합적인 맛과 향이 표출되거나 제3의 맛이 표출될 것이다.
학창시적 배웠던 미분과 적분을 대입해 보면 이 세상에 같은 맛의 커피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Medium에서 High로 넘어가는 시간은 40초로 X축의 시간 40초는 미분하면 영겁의 단위로 쪼갤 수 있다. Y축의 레몬, 바닐라, 복숭아 맛과 향은 0초에서 최고조에 있다가 X축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소멸되며 새로운 맛과 향인 살구, 장미, 초콜릿, 망고, 건자두, 베리, 감귤류는 0초에서 최저점에 있다가 X축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모습을 나타낸다. 이 또한 미분하면 영겁의 단위로 쪼갤 수 있으며 적분하면 맛과 향이 완성되는 것이다. Medium → Moderately Dark → Dark과정에서 미적분을 반복하니 수학적으로는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하이엔드 로스터를 사용하고 장인의 실력으로 로스팅해도 같은 맛을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즘 아이쇼핑 중인 자동화 장비를 구입한다 해도 100% 같은 맛과 향을 가진 원두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제는 가능한가?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