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북을 만든 후 지인에게 연락했다. ‘한번 들어가 봐’
‘brunchstory’를 통해 가끔 연락 오는 메일은 책 발간 권유, 신간 리뷰 등으로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콧대가 높아서 응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재직하던 회사 이름이 들어간 책을 만드는 것은 버킷리스트였으나 두 번째 책을 만드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치열하게 쓰지 않고 건성건성 쓰고 있어 글 쓰는 실력이 늘지 않아 책을 발간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 신간 리뷰도 내가 좋아하는 동양철학 분야가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분야의 책을 읽고 ‘살아갈 날들을 위한 지표’ 라거나 ‘어둠 속을 방황하던 삶에 비친 한줄기 밝은 빛’이라며 유익했다고 리뷰를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새해가 밝자마자 ‘brunchstory’를 통해 메일을 받았다. 이번 메일은 'YouBook'이란 플랫폼이 보낸 것으로 내용은 'YouBook'이란 플랫폼을 이용한 해외진출이었다. 해외진출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YouBook’ 생소하다.
지인들에게 편지를 매주 보내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2008년 1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7년이 넘었다. ‘brunchstory’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지난 편지의 관리였다. 우연히 ‘brunchstory’를 접한 후 무릎을 쳤다. 지난 편지의 관리와 정리에 관한 탁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brunchstory’ 작가로 등단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만 뛰어넘으면 된다.
‘brunchstory’에 700편의 지난 편지를 올려놓는 작업도 만만치 않게 시간이 소요되었다. 퇴직 후에는 보내는 횟수가 늘어 새로운 편지도 올리다 보니 1000번째가 눈앞이다. 편지내용은 후배들 들으라는 잔소리와 지인들에게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1000번째가 눈앞이라니... 나이 들면 잔소리만 늘어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최근 유사분야 편지를 묶고 있다. 이를 ‘brunchstory’에서는 매거진이라 하고 메거진보다 큰 단위를 브런치북이라 명명한다. 14개 분야로 분류하고 정리하다 보니 분야별 편차가 발생해 200개 가까운 매거진도 있다. 책 1권 분량은 편지 5~60통 정도 되므로 매거진을 재분류하여 분량을 맞추고 있다.
재분류를 하며 갈등했다. ‘누가 볼 것도 아니고 종이책 만들 것도 아닌데 옛날 편지까지 다시 읽어가며 분류작업을 해야 할까? 쓸데없는 일이야.’ ‘아니야, 이왕 벌려 놓은 일이니 마무리 지어야지. 어정쩡하게 끝낼 수는 없잖아?’ 성격에 맞는 것은 후자지만 전자의 유혹도 만만치 않았다.
때마침 'YouBook'의 초대장을 받았다. 사이트를 열어보기 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피싱사이트는 아니다. 신생 플랫폼으로 서울대 교수가 만든 스타트업이다. 'YouTube'에 동영상을 올리고 전 세계인들이 내용을 공유하는 것처럼 글을 올리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YouBook'이다.
작가라는 명함 없이 누구나 'YouBook'에 글을 올릴 수 있으며 ‘minibook’을 만들어 출판할 수 있다. ‘minibook’은 책 읽기 싫어하는 현대인의 성향에 맞춰 10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권장한다. 플랫폼에 ‘minibook’을 만들어 놓으면 작가는 할 일이 없다. 번역, 유통, 원고료 지급등은 플랫폼이 알아서 한다.
'YouBook'은 가입과 로그인이 매우 쉽다. ‘미니북 만드는 법’이라는 가이드에 따라 10page짜리 데모북을 만들었다. 1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니 원고만 있다면 매우 쉽게 ‘minibook’을 출간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minibook’의 page들은 자유롭게 분리되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편리한 기능이다.
‘brunchstory’에서 유사분야 편지를 묶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 'YouBook'의 ‘minibook’ 형태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기껏해야 인터넷검색만 할 줄 아는 실력으로 데모북을 만들었으니 정말 편리하고 쉽다. 필요에 의해 'YouBook'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또한 스타트업인 'YouBook'이 'YouTube'처럼 발전하려면 작가의 有無名(유무명)을 따지기 이전 많은 작가들이 플랫폼에 들어와야 하므로 일조하기로 했다.
'YouBook'에서 만든 ‘minibook’은 작가가 구독료를 책정하게 되어 있다. 데모북은 구독료를 책정하지 않고 출간했다. 데모북 제목은 ‘마음만 高手’로 낚시이야기다. 책정된 구독료는 작가 몫이 70%이며 플랫폼 운영자 몫이 30%다. 유튜브는 작가 몫으로 55%를 지급한다. 'YouBook'은 작가 몫이 상당히 크다.
이야기했듯 구독료를 받기 위해 'YouBook'으로 ‘minibook’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양면성이 있다. 구독료를 책정하지 않는다면 운영자 수입은 없다. 그러나 무료 콘텐츠가 많을수록 플랫폼 내용은 충실해진다. 사실 운영자를 걱정해 줄 필요는 없지만 알고 관여하는 생물이나 무생물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는 최소한의 구독료를 책정하려고 한다. 100원 정도?
플랫폼 사업자는 스타트업 시절 상당히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가입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에게 유무형의 혜택을 줘야 한다.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이 일정규모이상 되기 전까지는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정설이자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배달앱들도 처음에는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소비자에게는 무료배달부터, 상품가격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2만 원짜리 치킨을 앱을 이용하면 1만 원에 집 앞까지 배달해 주니 사람들이 몰렸다. 사업자에게는 무료광고혜택을 줬다.
토종 스타트업 'YouBook'의 순기능을 생각하면 오래도록 살아남고 'YouTube'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계속 낙지국을 마셨던 분들이나 되고 싶은 분들도 글솜씨를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글 쓰는 작업에서 어려운 일중의 하나는 남들에게 내보이는 것이다. off line에서는 기회의 장이 많지 않았으나 이제는 플랫폼이 문호를 넓혔다. 그런 면에서 ‘brunchstory’나 'YouBook'은 획기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이목을 끌만한 소재를 갖고 있는 분들은 손쉽게 플랫폼을 이용해 이름을 알릴 수 있으며 수익도 올릴 수 있다.
'YouBook'의 문을 두들겨 본인의 책을 만드는 황홀한 경험도 해보시기 바란다. 데모북을 만든 후 지인에게 연락했다. ‘한번 들어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