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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마음대로 해석한 그리스 문명 퇴보 원인

식당주인과 주방장 둘 중 하나가 주범 아니면 종범

by 물가에 앉는 마음

미노스문명을 계승하지 못하게 한 원흉은 누구일까?

Iraklion 고고학박물관에서 기원전 미노스문명의 실체를 마주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얼마 전 청동검과 청동거울 제조에 필요한 기술 수준을 이야기했었는데 까마득한 5000년 전에 Engineering수준의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자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그랬던 그리스가 왜 과학기술의 나라가 아닌 농업과 관광의 나라가 되었을까? 왜 국민소득 2만 불의 중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까? 그리스 문명 퇴보 원인에 대해 심각하고 곰곰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해석해 봤다.


그들의 점심시간은 3시간 정도로 매우 길다. 한창 일할 시간인데 점심 먹는데 3시간을 소비하니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아닐까? 물론 그리스 패스트푸드인 Gyros같이 간편 음식을 주문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그리스 전통음식을 주문하면 시간이 소요된다.

오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음식이 빠르게 조리되어 상에 오르는 것이 있을까? 적어도 이번에 방문한 음식점들은 미리 조리해 놓은 레토르트(Retort) 음식을 내놓지 않았다. 주문을 받아 조리하고 플레이팅을 하니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음식 먹으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매우 긴 식사시간에 일조한다. 이야기소재가 떨어져 계산하려 하면 디저트 주문을 받느라 시간이 조금 지체된다. 디저트는 미리 만들어 놓은 떡이나 붕어빵 같은 것이 아니다.

정성스레 마련한 디저트가 요리 수준이라 먹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배가 불러도 수저를 들어야 한다. 디저트를 맛나게 먹고 이제는 진짜 가야지라며 일어서려 하면 식후술인 전통주 'Raki'가 나온다. 라끼는 상당히 독한 술이다. 술까지 한잔했으니 몸이 나긋나긋해져서 오후에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하다.


일련의 식사과정을 보면 매우 긴 식사시간을 조장한 식당주인에게 문명을 계승하지 못한 원인제공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음식을 맛나게 만든 주방장의 책임 또한 매우 무겁다. 식당주인과 주방장 둘 중 하나가 주범 아니면 종범일 텐데 법상식이 무식이라 죄를 가늠하기 어렵다. 책임이 큰 원흉은 누구일까?


희극과 비극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림의 말처럼 이번 여행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며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 날씨 좋은 계절에 네덜란드와 그리스를 다니며 맛난 음식과 멋진 풍경을 즐겼으니 분명 희극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희극 속에는 자잘한 비극이 숨어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병원진료일정과 복용약을 조절하며 어쩌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조정이 불가하거나 약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몸서리 처지는 비극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희극은 아닐 것이다.


출발 전 감염된 결막염은 네덜란드에 도착해 그리스로 넘어가기 전까지 괴롭혔다. 神(신) 들린 무당처럼 뻘건 눈을 하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눈이 혹사당해 결막염 증상이 오래 지속되었다. 몸을 혹사해 가며 놀러 다니는 것은 분명 비극이다.

네덜란드에서 허리를 삐끗한 이후로 무거운 짐을 여인네들이 들고 날랐다. 가냘픈 두 여인이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씨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숙소 주인들이 봐도 이상한 풍경이다. 건장한 남정네는 뒷짐을 지고 있고 여인들이 용을 쓰는 모습을 봤으니..., 집주인 눈에는 두 여인의 인생이 비극이었을 것이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쉬웠다. 11시간 3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도착 두 시간을 남겼을 즈음 ‘BOSS’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사내가 비상구 쪽 넓은 공간에 나와 황금색 돗자리를 깔았다.

‘요가를 하려는가보다.’ 하는 순간 빵떡모자를 꺼내 썼다. 아! 무슬림(Muslim)이구나. 건장한 사내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동쪽을 향해 진지하게 여러 번 절을 했다. ‘아! 종교의 힘이란 정말로 대단하구나.’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것은 건장한 무슬림사내가 무사비행을 기원한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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