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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下手와 高手는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기본과 본질이 아닌가 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무협지에서는 뿜어져 나오는 살기, 아우라로 상대방이 고수임을 직감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 면면이나 일하는 방법을 보고 고수를 알아본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상대방 낚시채비와 낚시를 즐기는 태도를 보고 조력을 가늠하는 것과 비슷하다.

회사내 고수와 하수의 업무방식과 수준은 천양지차이다. 고수는 자연스럽게 일처리가 되도록 업무시스템을 설계한다. 되도록이면 업무Process를 간소화하고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업무를 설계하는 것이 기본과 본질을 꿰뚫고 있는 고수의 솜씨다. 하지만 하수는 Process상의 문제가 발생되면 이를 보완한다고 관리를 강화한다. 본인 관점과 관리 편의를 위해 업무를 강제화하고 시행치 않을 경우 해당사업소에 벌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결국 Process는 누더기가 되고 관리비용이 상승한다. 예외적인 사례로 인해 100원의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예방하고 막겠다고 10000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경영학에서 경영의 기본은 무엇인가?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기술 분야의 경영, 즉 기술경영도 마찬가지로 ‘최소의 기술투자로 최대의 기술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예전 無爲而治(무위이치)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나 자연스러움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無爲而治는 자연스러움으로 능히 다스린다는 뜻으로, 군주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나라가 저절로 통치되는 것이 아니라 군주의 덕이 커야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진다는 이야기이니 순임금이 그러했듯 후대의 군주들은 도덕적 모범으로 덕을 쌓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소리다. 아무튼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참여하는 것이 無爲而治이다. 만백성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알고 역량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니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국가적인 통치형태가 될 것이다.’


위에서 ‘고수는 자연스럽게 일처리가 되도록 업무시스템을 만들고, 되도록이면 업무Process를 간소화하고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업무를 설계하는 것이 기본과 본질을 꿰뚫고 있는 고수의 솜씨다.’했는데 두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면 리더십도 無爲而治, 고수가 하는 업무방식도 無爲而治가 아닐까 한다. 기본과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어떤 상황에도 응용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기본과 본질이 아닌가 한다.


10여 년 전, 친정이었던 기술기획처가 와해되었을 때, CEO와 면담한 후 기술기획처를 재건하겠다고 나섰다. 기술경영개념을 회사에 도입했고. 후배들에게 강조한 것은 기본과 본질에 충실 하라는 것이었다. 멀리 가는 기술, 고수가 되는 첫걸음은 기본과 본질을 다지는 것이지 밑바탕 없는 잔기술이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후 조직은 재건되었으며 같이했던 후배들은 승격하여 기술기획처를 떠났고 나도 떠났다.

몇 년이 흘러 기술기획처가 다시 위기에 처했으며 조직은 축소되었다. 조직개편으로 기술기획처, 기술연구원, 솔루션센터가 통합된 커다란 조직이 되었지만 기술기획처만 놓고 보면 조직은 축소되었고 위기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거대조직의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하는 부서가 기술기획처인데 10년 전보다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진두지휘하기에는 어려운 거대조직이 되었고, 시대가 바뀌어 열정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새롭게 채워진 후배들의 열정과 조직에 대한 소명의식 수준도 중요하지만 항상 강조해야 하는 것은 기본과 본질이 아닌가 한다. 몇 차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R&D가 아닌 R&BD를 해야 한다.’ 했더니 누군가 ‘R&D와 R&BD의 차이가 무엇이냐?’물었다. 몰라서 물었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물었을 수 있다. 건성으로 읽으면 차이를 모르나 또박또박 읽은 사람이니 본질적인 대답을 성의 있게 해줬다.

‘자동차의 본질은 굴러다니는 이동수단이다. R&D는 굴러다니는 이동수단을 개발하면 목적달성이 된 것이다. 하지만 R&BD는 굴러다니는 이동수단을 잘 팔리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은 아이디어 창출단계, 계획수립단계, 시제품개발단계, 인증단계, 상용화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연구개발 첫 단계인 아이디어 창출단계부터 마지막인 상용화단계까지 ’잘 팔리는‘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제도화 하는 것이 R&BD이다.’


기본과 본질을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 10년 전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 PS: 2020.11.08일 끄적거린 것인데 2022.02월 무림고수인 '발검무적'님에게 '콜드 리딩'이란 단어를 배웠다. "무협지에서는 뿜어져 나오는 살기, 아우라로 상대방이 고수임을 직감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 면면이나 일하는 방법을 보고 고수를 알아본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상대방 낚시채비와 낚시를 즐기는 태도를 보고 조력을 가늠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것을 콜드 리딩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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