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장석주著, 샘터刊)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교보문고의 걸개그림(광화문 글판)중 최고로 사랑받는 작품은 나태주시인의 ‘풀꽃’이다. 화제가 되었을 때 첫 느낌은 ‘뭐지? 미완성된 듯한 짤막한 세 구절, 하지만 정겹다.’였는데 많은 사람들 사랑을 받았다. 이보다 먼저 광화문 글판을 장식했던 시가 장석주시인의 ‘대추 한 알’이었다. 시와 거리를 두고 살았던 시기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뒤늦게 읽고 감탄했다. ‘작은 대추 한 알에 자연과 우주를 담아내다니 대단한 상상력과 글재주다.’
대추 한 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안에 태풍 몇 개
저안에 천둥 몇 개
저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안에 땡볕 두어 달
저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시인은 시, 인문학저술가, 교수이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시와 철학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소장한 장서는 3만권이며 하루에 한 권정도 읽는 독서가이다. 책 제목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부제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들어가는 글의 소제목은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로 책읽기에 관한 책이다.
여는 글: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부하려고 읽은 게 아니라 기쁨과 행복을 구하려고 책을 읽어 왔습니다.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는데 나는 여전히 그 말을 믿습니다. 책은 좋아하고 즐기는 부류에 속하는 것입니다. 흰 눈 쌓인 겨울 아침 환한 햇빛을 보는 것, 이른 봄 종달새 소리를 듣는 것, 모란과 작약이 피는 모습, 연못의 수련을 보는 것,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 자는 것, 좋은 벗들과 얘기 나누는 것,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 동지팥죽 먹는 것을 즐기고 좋아합니다만 그중의 으뜸은 책 읽기입니다.
꾸준한 책 읽기 덕분에 내가 누군지를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었고, 내 정신과 영혼과 개성이 다채로운 지식과 섞이고 스미며 풍요로워졌으며 그 결과 책을 읽으며 숙고하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요. 그런 바탕 위에서 책을 써서 밥을 구하는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었으니, 봉급과 수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읽고 쓰며 밥벌이 하는 내 삶의 방식에 만족합니다.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보면, 나를 키우고 단련한 것도 책이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시골로 내려와 쓸쓸한 살림을 꾸릴 때 힘과 용기를 준 것도 책이었습니다. 평생을 책과 벗하며 살아왔으니 내가 읽은 책들이 곧 내 우주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안의 다정함이나 너그러움. 취향의 깨끗함, 투명한 미적 감수성, 그리고 올곧은 일에 늠름할 수 있는 용기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책에서 얻은 것입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방법에 관해 묻는 젊은 벗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첫째, 더 많이 사랑하라. 둘째,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라. 셋째, 책을 충분히 읽어라. 넷째, 평생을 함께해도 좋은 벗들을 사귀어라. 다섯째,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도록 힘쓰라. 이것들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일본 메이지대학 사이토 다카시교수는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는데 특히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고 하는데 사실은 바빠서 읽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의욕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책을 사는 것은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사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한 치의 틀림이 없는 말입니다. 나는 해마다 많은 책들을 삽니다. 책들을 사들일 때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사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싶다면 서점에 나가 책을 사십시오! 그래야 비로소 책을 읽을 시간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