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도착하는 식재료 종류와 양이 만만치 않다.
교회에서 200여 교인들 중식봉사를 오래하셨고 아버님 술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관계로 어머님은 음식 만드는 손이 크셨다. 손님 10분이 오신다면 한 가지 반찬만으로도 10분이 드실 정도였다. 어렸을 때 살던 연희동 단독주택 마당 뒤켠에 ‘안주용 닭’ 200마리 정도가 닭장 속에 살고 있었다. 손님 초대해 놓고 음식이 모자라면 예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중국 풍습인데 항상 말씀하시는 것이 ‘음식은 모자라면 안 된다. 야박해 보여서’였다.
손 크신 어머님은 명절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하셨다. 3형제 부부가 종일 부쳐야 끝나는 빈대떡, 명태전, 대구전, 고추전, 깻잎전에 잡채, 해파리냉채, 수육도 있다. 경비아저씨와 동네 분들 나눠드리고 은퇴해서 멀리 계신 원로목사님까지 챙기셨다. 나머지 음식은 3형제가 나눠 가져가서 물릴 때까지 먹어야 했다.
어머님이 연세 드시면서 음식재료 사고 다듬는 일을 집사람이 도맡아 했다. 시장구경하는 것이 취미라 해도 카트에 가득한 식재료를 옮기는 것도 힘들고 다듬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아침 일찍부터 시장 보면 밤 늦게야 재료 손질이 끝난다. 다음날에는 음식을 만들어야하니 중노동이다. 부부는 매번 똑같은 푸념을 한다.
‘다음부터 조금만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드렸지, 30년 동안.’
‘어머니 돌아가시면 나는 명절 음식 안 할 거야. 너무 힘들어.’
어머니 돌아가신 후 첫 번째 맞는 명절이다. 명절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던 집사람이 마음이 바뀌었는지 사부작거리며 음식준비를 시작했다. 장모사랑인 사위도 한 끼 먹여야 하고, 연휴가 5일에다가, 네덜란드에서 작은아이가 들어와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코로나로 외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뭔가 먹을 것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택배로 도착하는 식재료 종류와 양이 만만치 않다. 꽃게 한 박스, 시금치 한 박스, 소고기 한 박스에 농협 가서 트렁크에 하나 가득 식재료를 사왔다. 게장 담그고,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무치고, 배추겉절이 버무리고, 육전, 고추전, 깻잎전 부치고, 소고기는 구웠다. 샤브샤브와 떡국은 서브 메뉴가 되었다. 양은 줄었지만 어머니와 버금가게 음식준비를 했다. 나는 어머니처럼 피곤하게 살지 않을 거라 했지만 흉보면서 닮아간다고 했던가.
‘요즘 호텔에서 4인정도 차례음식을 20만 원 정도에 팔아요.’ 아이들은 엄마에게 사먹자고 잔소리 하지만 집사람이 들을 리 만무하다. 장보는 수고와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 요즈음 밀키트나 조리 완료된 음식 값은 비싸지 않다. 오히려 싸다. 하지만 재료 원산지와 청결도면에서는 ‘집밥’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집밥’에는 싱겁게 먹어야 하는 시원찮은 남편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아이들도 5일간의 긴 연휴기간동안 집사람이 준비한 설음식을 알뜰하게 잘 먹었다.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그렇게 하셨듯 집사람이 준비한 명절 음식을 큰아이도 싸갖고 갔다. 작은아이는 ‘이러다가 나도 엄마처럼 힘들게 명절음식준비 하는 거 아니야?’ 하며 엄마를 놀리지만 음식 레시피를 물어보는 폼이 삼십년 후에 똑같이 음식준비를 할 것 같다. 엄마를 놀리며 보고 배운 게 있으니 준비하는 음식양도 보나마나 많을 것 같다.
집사람 손은 빠르지 않지만 흉보면서 배운 것이 있어 손이 크다. 한동안 강정 만들기에 집중하더니 땅콩강정과 깨강정을 엄청나게 만들었다. 배달된 땅콩과 참깨, 들깨 양을 보곤 장사 시작하는 줄 알았다. 개린이 엄마들 나눠주고 네덜란드 가는 작은아이 가방에도 잔득 넣어주었다.
제목을 ‘집밥 安(안) 선생’으로 하고 혹시나 해서 검색해 봤더니 스타쉐프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씨가 출연한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은 없다. 표절이라 해도 할 수 없다. 한자를 사용했고 띄어쓰기했으니 표절 아니다.